[1분 소설] 텅 빈 얼굴

2011.04.30 09:10

catgotmy 조회 수:2157

19금 입니다. 읽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스킵해주세요.





































  눈이 부시는 거리를 걸어간다. 너무 밝아서 양 옆의 건물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길의 끝에는 분홍색 벽의 집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군인들이 이리저리 누워 있는 게 보인다. 독가스라도 마신 건가. 아니면 이런 형태로 자고 있는 건가.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자 가로로 긴 방이 하나 있다. 방 안에는 쇼파가 있고, 군인 두 명이 쇼파에 등을 기대어 누워 있다. 두 명 사이에는 나체의 여자가 얼굴을 베레모로 가리고 누워 있다.

  여름이다. 여자는 땀을 흘리고 있고, 난 여자의 안에 넣었다. 바닥에 무릎을 대고 서서히 움직이면서 노곤해 하다 눈을 뜬다.

  여전히 여자가 있다. 지금은 얼굴이 보인다. 얼굴이 보일 뿐, 알아보기는 힘들다. 생기는 있지만 무표정한 편이라 개성을 인식하기 힘들다. 우리 둘은 장례식장에서 묘소로 떠나기 직전에 관을 올려놓는, 직사각형의 스테인리스 위에서 하고 있다.  관을 서랍처럼 넣어놓은 곳에서 하나가 나오더니 어떤 여자가 고개를 내밀고 나를 보면서 이죽거린다.


“그런 곳에서 하는 기분이 어때?”


  글쎄. 입을 벌리고 치과 진료를 받고 있는 무방비의 여자와 하는 기분이지.

  모기가 앵앵대는 소리가 들린다.


“4월인데 모기가 있나?”


여자가 한심하다는 듯이 날 바라본다.


“헨델의 라르고잖아요. 이 도서관 처음 왔어요? 여기 화장실엔 클래식을 틀어주거든요.”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도서관에 오는 주제에 건방지다. 나야 고맙지만.

  여자의 발목이 내 어깨에 올라가 있다. 그런 자세로 느슨하게 움직이면서, 여자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묻는다.


  “여기에 해도 돼?”


  미간을 찡그리면서 답한다.


  “기분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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