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소설] 최강 생물체들

2010.09.24 13:56

최강검사 조회 수:2517

1.

남한석과 그 인물의 싸움은 다소 싱겁게 끝났다. 적어도 첫 판은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인물의 승리로 끝났다. 남한석은 그게 정말 궁금했다. 왜 자신이 졌는지.

 

 

2.

남한석은 어릴 때 부터 강했다. 특별히 몸을 단련했다는 게 아니라 원래 그랬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었다. 그래서 주변에 툭하면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커가면서 싸움은 그의 일부가 됐다.

 

3.

이 새끼 아까 이상한 소릴 하던데. 날 시험해보고 싶다고. 내가 강하다는 소문을 듣고 실력이 얼마나 되나 일종의 측정을 해보고 싶다는 개소릴 주절거렸지. 중학교 때 칼에 찔린 후로 처음으로 피를 흘려보는 건데 말이야. 이게 무지 아픈 게 갑자기 빡 도네. 저 씨발 개새끼 죽여버려야 좀 풀리려나. 어차피 내가 먼저 당했으니까 정당방위지? 알았어. 그럼 그런 줄 알고 거기 서 있는 너! 그래 너 썅 놈. 그냥 가만히 있어라. 고생 안 해도 내가 직접 갈 테니까.

 

 

4.

몸이 강철 같다는 건 알았어. 진짜 놀랐다니까. 무슨 사람이 떨어지는 간판에 맞고도 멀쩡해. 괜찮아 거기 윗층에서 떨고 있는 아저씨들. 내가 한 걸로 해두면 당신들한테 피해는 없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능력에는 못 당하네. 나 같은 인간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는데 말이야. 나 같은 인간, 능력자들은 보통 사람은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걸 현실에서 아주 당당히 쓰고 있지. 방금 내가 한 건 순간적으로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바람을 만들어 날려버린 거야. 지속적으로 쓰진 못 해. 일정 범위 내의 공기를 마음대로 흐르게 만들어 바람을 만들 거나 잠깐 멈추게 할 수도 있지. 어디에 쓸모가 있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대답은 못 하겠지만. 어딘가엔 쓸모가 있을 거야. 방금처럼 사람을 하늘 높이 날려보내 추락하게 만든다는가. 물론 그런 건 너처럼 괴물 같은 놈들한테나 가능한 이야기지만.

아무튼 실력은 잘 봤어. 그 몸도 뭔가의 능력이라면 능력인데 좀 더 갈고 닦아서 제대로 살려 봐. 함부로 덤비는 놈들이 줄어들지도 모르잖아.

 

 

5.

방금 대결에서 보여준 묘기는 구경꾼들이 있었다면 꽤나 열광할 만큼 다이나믹 했다. 순간적으로 바람이 불어 남한석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바닥으로 큰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떨어졌다.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고통은 그 후에 찾아왔다. 소리를 낼 정도는 아니였지만.

10초 정도 기다렸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대로 땅에 쳐박혀 기절이라도 했나 싶어 싱거운 대결을 끝으로 발길을 돌리려 했다. 문득 소리가 난 거 같아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남한석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시시하잖아. 있는 그대로의 감상을 내뱉었다. 그렇게 세 걸음 걸었을 때 또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또 한 번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엔 여전히 미동조차 않는 남한석이 있었다.

 

 

미동조차 없이 멀쩡히 서서 그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슬쩍 주머니에서 손을 빼 뻐근한 목을 쓰다듬었다. 남한석의 눈빛을 받으며 그 놈의 능력자는 손으로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가볍게 쓸어올렸다.

 

 


6.

제 2막 개시.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남한석이 무작정 내달렸다. 능력자를 향해. 곧바로 공기의 흐름이 바뀌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상승기류를 타고 남한석의 몸이 또 다시 경쾌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공중에 붕 뜬 그의 입가에 일그러진 웃음이 번졌다. 온 몸을 쭉 펴고 스카이 다이버처럼 바람을 타듯 가속도가 붙은 몸이 밑으로 떨어졌다. 정확히 능력자의 머리 위로. 바닥의 먼지가 맹렬히 휘몰아쳤다.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7.

능력자는 머리와 어깨에서 피를 흘리며 자리를 피했다. 애써 웃는 얼굴이었지만 당혹감과 초조함이 눈에 선했다. 남한석은 그 모습을 보며 악마와도 같은 형상으로 웃음을 날렸다.

조금 더 시간이 경과하자 두 사람의 싸움터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적이 감돌았다. 먼지만 날리는 그 공간엔 한참 전 위에서 떨어져 일그러진 간판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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