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5 20:04
지하철역이었다. 축축한 지하로를 걷고 있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문을 열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정장차림의 석희가 가만히 서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고요하구나
시멘트에 스미는
매미의 소리
석희는 고등학교 때도 정장차림이었다. 졸업한 후에도 정장만을 입고 다닌다. 사회인이 아닌데도 정말 잘 어울려서 남자애들은 뒤에서 OL이라고 불렀지만, 석희 앞에서 말한 사람은 없었다. 눈매가 사나워서 다들 피했다.
오랜만이네
여기에 오면 만날 것 같았어
석희는 농구부였다. 원래 잘하긴 했지만, 사고로 입원하고 복귀한 후에는 돌파루트나 패스루트가 보이는 것 같았다. 다섯 명이 수비해도 그 사이를 지나갔다. 운동능력도 대단해져서 3점 라인에서 레이업을 하는 게 가능했다. 석희는 농구를 그만뒀다.
소원을 말해봐
필요 없어
더 나은 선수가 되길 바라지 않는 거야?
지금도 충분히 재밌으니까.
넌 모든 능력치가 평범해. 뛰어난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통 그건 노력하다 실패한 결과인데, 넌 스스로 그렇게 됐지. 그건...
석희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안녕이라고 했다. 난 되돌아갔다. 지하 복도를 빠져나오자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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