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6 13:34
나는 몇 년 전이던가, 악마를 만난 적이 있다.
장기라도 내다 팔 정도는 아닐망정 암튼 돈이 꽤나 궁했을 때다.
악마는 나에게 간단한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전임 모 통령의 비자금만큼의 돈을 줄테니, 네 영혼을 다오."
나는 잠시 생각한 뒤에 이렇게 대꾸했다.
"일시불은 아닐망정 그 배의 돈을 줄테니, 네가 날 주인으로 모시면 어떻겠나?"
악마는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니, 악마한테 돈이 무슨 소용이 있다고 날 산다는 거야?"
이번엔 내가 어이없을 차례였다.
"아니, 그럼 넌 너한테 가치도 없는 걸 내고 내 영혼을 사려 했다는 거냐? 그런 말도 안되는 계약을 할 사람이 어디 있나?"
악마는 악마답게 무서운 눈으로 날 노려보더니 녹아내리듯 바닥으로 사라졌다.
악마가 계산 못한 것은, 내가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것과,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걸 후회한다는 거다.
2011.01.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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