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그네

2010.07.22 17:59

hybris 조회 수:3322

마리님이 주신 키워드 - 그네


그네가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뛰어내려 땅 위에 제대로 서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같이 놀던

동갑내기에게서 들은 듯도 하고, 낯선 얼굴의 어른에게서 들은 듯도 하다. 해가 환히 비치던 학교 운

동장이었을 지도 모르고, 안개가 서려 있던 강변 놀이터였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아주 어릴 때의 일이라는 것이다. 어둡고 흐린 오후, 나는 몇 번이고 그네에 올라섰다.

팔다리는 까져 화끈거렸고 이마에도 상처가 났다. 그때의 통증과 하늘빛은 지금도 선명하다. 바쁜

부모 대신 날 맡아 키우던 이모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날 그네에서 떼어내던 것도 기억이 난다.

"무슨 소원이 그렇게 절실했어?"
"글세. 그냥 그 또래 애들다운 소원이었던 거 같아. 어쩌면 그냥 오기였을 지도 몰라."

나는 말을 흐린다. 아이다운 고집으로 나는 다음날에도 그네에 올랐다. 다친 손가락 위로 빗방울이

투둑 떨어졌다. 그리고 얼마 뒤 폭우 속에서 세 살 난 남동생이 실종되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7분소설]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와 커피를 마시는 일에 관하여 [2] [1] 유니스 2010.09.16 3391
252 [웹툰] 나는 신데렐라 [2] [16] 지명 2011.09.08 3362
251 [7분소설] 불안을 잠재우는 법 [5] 유니스 2010.10.28 3349
250 [플레이모빌 놀이] 밤의 소년 14 [1] [27] 꽃과 바람 2011.04.21 3338
249 [사진] 무서운 [3] run 2010.08.15 3336
248 [1분소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6] [10] cnc 2011.01.26 3327
247 [플레이모빌 놀이] 밤의 소년 21 [9] [18] 검정 2011.05.12 3325
» [1분소설] 그네 [2] hybris 2010.07.22 3322
245 [소설] 페이지터너 - 6 [17] DaishiRomance 2012.07.19 3298
244 [받아쓰기] 오정희의 글 [15] r2d2 2010.09.01 3294
243 [켈리그라피] 듀게식 도발 [3] r2d2 2010.08.21 3294
242 [7분소설] S는 왜 익은 당근을 증오하게 되었는가 유니스 2010.11.16 3265
241 [영상] 살인기계집단 단편 애니메이션 cnr 2014.08.01 3257
240 [엽편] 원형의 도서관에 어서오세요 [1] catgotmy 2014.03.08 3243
239 [웹툰] 금단의 사랑 [3] [1] 지명 2012.02.22 3242
238 [1분소설] 태아 [1] [17] catgotmy 2010.09.03 3232
237 [단편] 스타 글라디에이터 Star Gladiator [1] [2] 룽게 2010.06.04 3229
236 [단편]스타 글라디에이터 Star Gladiator [2] 룽게 2010.06.01 3217
235 [플레이모빌 놀이] 밤의 소년 8 [2] [25] 검정 2011.02.25 3197
234 [꽁트] 쪽지가 왔어요. (2007년도에 쓴 이야기) [4] 스위트블랙 2014.08.02 319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