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3 17:45
난 누워있다.
내가 누워있는 방이 여자의 자궁처럼 느껴진다.
밖에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숨쉬기가 힘들다.
온몸에 땀이 나고, 몸이 굳는다.
주변에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내게는 모두 두려운 소리로 들린다. 자궁 안이 그나마 안전한 장소다.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차 소리, 피아노 소리, 철물점의 쇠를 가는 소리. 그 모든 소리가 불안하게 들린다. 어떤 의미도 없는 소리들이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막다른 곳까지 왔다는 생각에 이젠 어떡해야 하나, 심한 공포가 내 몸을 지배하고 있다.
여러 가지 뒤섞인 공포 속에서 한 번 죽고, 다시 살아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워있던 기간도 3일이 되지 않았던가. 철물점에서 쇠를 가는 소리가 태아인 나를 분해하는 낙태수술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오래 누워있었더니 이미 몸에 감각이 별로 없다. 칼이 내 다리를, 내 팔을 자르고 머리와 몸통만 남았다.
지긋지긋한 머리통. 고통의 근원이다. 누운채로 목을 가슴 언저리에 닿게 한다. 쇠를 가는 소리가 내 목을 자르고, 힘이 풀린다. 이제 뭔가 이룬 것 같다. 약간의 평온함이 지친 몸을 쉬게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짜장볶음밥을 시켜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