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256명과의 게임.

2012.01.30 23:34

듀프 조회 수:1666

당신이 눈을 떴을 때 256이라는 숫자가 써진 시계를 차고 있다면 여기는 바로 그 유명한 256명과의 게임이 진행되는 그곳이다. 전 세계 누군가는 256명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돈이 256명의 이름으로 오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약의 기운이 가시고 나면 거의 비슷한 시간내에 깨어나게 된다. 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면 하얀색으로 칠해진 40제곱미터 크기의 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또 다른 누군가가 쓰러져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그의 손목에도 마찬가지로 시계가 차여져 있다. 숫자는 256. 당신은 우선 그 사람에게 다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확인 하게 될 것이고, 살아있다면 흔들어서 깨울 것이다. 물론 그 상대방이 흑인 일 수도 있고, 백인 일 수도 있다. 동양사람이라고 해서 꼭 한국사람이라는 법은 없다. 물론 남자일수도 있고, 여자 일 수도 있다. 256명과의 게임은 인종과 성별 나이를 따지지 않는 아주 공평정대한 게임이다. 그러다 보면 나머지 한사람도 깨어나기 마련이다. 물론 이 상황은 반대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이 당신을 깨우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데, 둘 중 한명은 그 상황을 반드시 후회하게 될것이다.

 

둘이 깨어났다면 게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천장에서 박스가 떨어진다. 우당탕. 박스는 세개. 두사람은 각자 하나씩 박스를 잡고 열기 시작한다. 박스의 크기는 일정치 않으며 어떤 것은 조막만한 크기 일수도 있고, 어떤 것은 사람 몸만한 크기 일 수 있다. 어떤것을 선택하던 그것은 자유이며, 세개를 모두 한 사람이 열어도 상관없다. 박스를 여는 것은 간단하다. 손에 차고 있는 시계를 자물쇠에 매치시키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설명은 256명에게 일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는 도구의 동물이기에 어떻게 하다보면 열리게 되어있다. 그것을 깨닫는 것도 이 게임의 과정일 뿐. 그러다보니 256명의 게임이 가장 지루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물론 시청률 역시 제일 낮은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하나하나가 소중한 경험이다. 항상 시작이 중요하다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하다보니 상자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물쇠에 뭔짓을 했길래. 가만 아까 시계가 가까이 간것 같은데? 시계인가? 그렇다. 시계였던 것이다.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사실은 당신을 이 곳에서 나가게 될수 있다는 자그마한 희망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 희망을 품은 채 상자를 열어서 내용물을 꺼내본다.

 

이건 뭐지?

 

무시무시한 날이 서있는 칼이다. 칼이라니? 칼을 가지고 무엇을 하라는 것이지? 이리저리 칼을 살펴보던 중. 당신은 맞은 편에 있던 상대방이 총을 들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총과 칼. 왠지 기분 나쁜 물건들이다. 당신은 칼을 내려놓고, 다른 상자를 향해 걸어간다. 그 순간 빵. 총 소리가 방안 가득을 울려 퍼진다. 뭐라뭐라 외국어로 지껄이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수가없다. 표정과 손짓으로 봐서는 쏘려고 한게 아닌데, 쏴졌다 미안하다 그런 말인 것 같다. 난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하고 다시 상자를 향해 걸어간다. 문득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든다. 뭐라도 먹을게 있으면 좋을텐데. 상자의 자물쇠같은 장치에 시계를 갖다댄다. 삐빅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린다. 뭐가 들어있을까? 손을 넣어 꺼내보니 약병이들어가 있다. 이게 뭐지? 뚜껑을 열어보니 화학 약품 냄새과 확 끼친다. 당신은 재빨리 얼굴을 젖힌다. 옛날 과학선생님으로부터 엄청나게 주의를 들은 그런 약품과 비슷한 물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총과 칼 그리고 화학 약품. 위험한 물건들로 가득한 이 상자는 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일까?

 

당신과 그 사람은 그렇게 방안에 갖혀있다. 이래서 256명의 게임이 지루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게임의 룰을 모르는 자들이 그 룰을 깨닫기 까지의 지루한 과정은 박진감과 긴장이 넘치는 장면을 기대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룰은 룰이다.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임이 한 10시간쯤 지나면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하얗고 조용한 방에서 같힌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측정할수 있다면 상상도 없는 수치가 나오게 되기 마련이다. 조그마한 자극도 큰 반응으로 이어지는 법.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은 서로를 트집잡으며 싸우기 시작하고, 곁에 있는 위험한 무기들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크나큰 범죄의 도구가 되기 쉽상이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은 방 한구석에서 상대방이 저지른 배변의 흔적 때문에 지칠 지경이다. 외국인 특유의 냄새와 더불어 참을 수 없는 배변냄새는 사람의 인내심이 어디까지인가 시험하게 만든다. 환기가 되지않는 방인데다가 온도는 점점 더 더워져서 땀냄새와 변냄새가 뒤섞여 당신을 미치게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쉴새 없이 중얼거리는 저 외국어도 짜증을 돋우기는 마찬가지. 걸핏하면 총으로 이리저리 쏴되는데, 행여나 맞을까봐 불안해 미칠 지경이다. 그러던 중 총알이 튕겨 당신의 팔에 맞자, 당신은 분노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뒤섞여 칼을 집어 던진다. 칼은 상대방의 팔에 맞았고, 괴성과 함께 총알이 날라든다. 이리저리 쏘아되는 총알. 그리고 당신은 손에 들고 있는 화학 약품을 집어 던진다.

 

짐작할지 모르지만, 256의 게임이 끝날동안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처음 5시간동안은 천천히, 끝나기 한시간 전에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보통 게임이 완전히 끝나는데 평균적으로 40시간정도가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자 이제 128의 게임을 시작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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