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와 병헌 두 사람은 당구대 앞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얼음을 띄운 차가운 콜라는 유리컵 밖으로 송알송알 물방울을 만들어낸다.


매니저가 건내준 음료수 한 잔씩을 시원하게 들이킨 재키와 병헌이 당구의 매력에 한껏 빠져드는데 갑자기 당구장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에 큰 먹구름이 일더니 어느새 하늘 전체를 가리기 시작하였다.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폭우가 쏟아진다.

 

병헌이 큐대를 잡고 '우라마시'를 시도하려는 찰나, 초크 심부름을 하며 잔망스럽게 움직이던 매니저 하나가 창 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따꺼, 지금 용(龍)이 승천하고 있습니다!

 

재키와 병헌이 그 매니저가 가리키는 창문을 바라보니 때마침 검은 구름 사이로 용의 모습을 닮은 흰구름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모두들 숨죽여 '용'을 바라보던 중 재키 찬이 입을 열었다.


“'용(龍)'이란 것은, 고대 전설 속 신비스런 짐승을 말하는 것 뿐만은 아닌 것이니 지금의 이 사회에서의 '용(龍)'이란, 천하 인민의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꾸준히 유지하며 오랫동안 대중에게 자부심과 만족,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탑스타를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그런 이들이 용(龍)이요 영웅(英雄)이 아니겠소. 이(李)공도 한국에서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하였고 나름 배우를 보는 눈이 있을테니 당대의 용(龍)이요 '영웅(英雄)'이라고 할만한 명배우들을 잘 알 것이오. 

 

어디 한 번 이 시대의 영웅(英雄)을 꼽아보구려.

병헌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당황했다.

 
병헌이 적당한 배우의 이름을 고르고 있을 때, 당구대 벽에 세워둔 당구 큐대들이 비바람이 거세지는 통에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당구장 구석의 화장실 문짝마저 삐이익거리며 심란한 소리를 냈다.

 

 

매니저들이 화장실 문짝을 닫으러 뛰어가는 것을 쳐다본 재키는, 병헌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본다.

 

"지금 이 아시아에 할리우드 탑스타가 될만한 '영웅(英雄)이 누가 있다고 보시오?"

 
“제게 어찌 '영웅'을 가릴 만한 눈이 있겠습니까? 저는 한국팬들의 사랑을 입어 한국에서 연기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있을 뿐, 할리우드의 탑스타를 관심에 둔 적이 없습니다. 제 한 몸 이런저런 크고 작은 '루머'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운 것이 지금의 제 현실입니다.”

재키가 말했다.

 

"그저 아는대로 '영웅(英雄)'이 될만한 배우들을 꼽아 보시오.”

 

병헌이 대답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주윤발은 미국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할리우드에는 홍콩 영화 마니아요 주윤발의 팬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명성을 널리 떨치고 있습니다. 주윤발은 '애나 앤드 킹'에 이어 '방탄승'에도 주연으로 캐스팅 될 것이다라고 전해지며 오우삼, 이안, 타란티노 등 탁월한 감독들과 친분을 쌓고 있습니다. '주윤발'은 필시 '따꺼'에 이어 할리우드 탑스타가 될 것 같습니다.”

 

 

재키는 병헌의 말을 듣자 껄껄 웃었다. 

"쩌우(周)는 겉으로만 멀쩡한 사람이오.

 

양손으로 쌍권총을 쏘며 비둘기를 날리는 액션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는 관객 동원력이 미약하오. 또한 쩌우(周)는 담(膽)이 작아 연기 변신에 몸을 도사리는 사람이오. 그리고 출연작을 선택할 때 아내의 말을 듣곤 하니 영웅이랄 수 없지요. 조만간 관객을 크게 실망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영화에 출연하여 할리우드에서의 입지를 스스로 줄이게 될 것이오. '우위썬(吳宇森)'이나 쩌우룬파(周潤發)는 얼마 못 가 중화로 돌아올 사람들인게요.”


병헌이 말했다.


 “지금은 비록 출연작이 적고 나이가 어리나, 그 외모가 뛰어나며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진관희(陳冠希)'라는 젊은 배우가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가 되지 아니하겠습니까?”

 


"에디슨 첸(陳冠希), 그 아이를 어찌 영웅이라고 하겠소.

 

그 아이는 무모한 구석이 많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오. 그 아이의 행실이 좀 가볍지 않소이까. 한때의 불장난이요, 청춘의 모험이라고 여기기엔 너무 불필요한 모험을 즐기고 필부(匹夫)의 쾌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오. 안타깝게도 필시 큰 사단을 일으킬 것이오. 그러니 결코 영웅(英雄)이 될만한 인물이라고 할 수 없지요.”

 "따꺼(大兄)의 식견에 감탄하였습니다."

"한국에도 영웅이 될만한 배우가 있을 것이요. 아는대로 말해보시오."

 

 "따꺼, 저는 더 이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에서 탑스타로 불릴만한 배우는 가슴에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잔뜩 품고 있고 그 얼굴에는 아우라가 가득해야 하며 매력적인 목소리로 영화팬들을 매료시키며 평론가들의 신랄한 비판을 배우로서의 카리스마로 뒤엎을 수 있을 만한 배우여야 할 것이오. 그런 배우가 할리우드의 탑스타요, 천하의 '영웅(英雄)'이 아니겠소.”

 

병헌이 조심스레 말했다. 

"따꺼(大兄)를 제외하고 그만한 인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재키는 거친 비바람이 불고 있는 당구장 밖을 바라보면서 웃더니 병헌에게 말했다.

 
"천하의 영웅(英雄)은.... 오직 그대와 내가 있을 뿐이오.”

 

병헌이 재키의 말을 듣는 순간 우루르 쾅쾅.... 천둥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 순간 병헌은 손에 쥐고있던 큐대를 헛손질하여 어이없는 '빽차'를 내고만다.

 


이 모습을 본 재키는 껄껄 웃고 만다.

 

"그대와 같은 '한류스타'도 천둥소리에 겁을 내오?”

 

 병헌이 어지럽게 흩어진 당구알을 당구대 위에 새로 정리하며 말했다.

"오늘, 지상의 용(龍)인 성룡(成龍) 따꺼(大兄)를 만난데다 하늘의 용(龍)까지 함께 보게 되니 어찌 태연할 수 있겠습니까."

재키는 그제서야 한류스타 병헌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게 되었다.

 

재키는 호탕하게 웃더니 자신의 매니저를 불러 긴장을 풀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새 장소로 이동할 것을 얘기한다.

 

 

 

뿐만 아니라 그날 이후로 몇 번이나 더 자신의 친구들과의 모임에 병헌을 초대하였으니 실로 '의형제'나 다름 없는 친밀한 관계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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