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손톱

2011.06.18 16:48

우잘라 조회 수:1689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튀어올랐던 당신의 손톱.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당신은 이내 손가
락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딱. 딱.

  당신의 손톱이 내 등을 할퀴었고, 땀이 식은
등판은 쓰라렸다. 네가 고양이라도 되냐고 투
덜거렸던 그 밤. 그 밤을 떠나보낸 뒤의 아침이
었을 것이다.

  자취방의 노란 장판 한켠으로 튀어올랐던 그
손톱. 나는 놓치지 않았다. 샤워를 마친 당신이
방바닥에 흩어져 있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던
동안, 나는 엎드린 채로 그 손톱 조각만을 뚫어
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의 하이힐이 또각거리며 반지하 계단을
올라갈 때, 나는 방바닥을 기어 그 손톱 조각으
로 다가갔다.

  검지 손가락을 내밀어 살며시 누르자, 손톱
조각이 검지 끝에 붙어 왔다. 옆으로 굴러 누워,
손가락 끝에 달라 붙은 그 유백색의 단백질 조
각을 형광등에 비춰 본다. 곰팡이 슨 천장에 매
달린 형광등은 하리하게 빛났다. 나는 이내 그
것을 코 앞으로 가져와,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검지를 조금 더 아래로 내리고는, 입술을 열었
다. 누런 이 사이로 내민 혀끝에 그 손톱 조각
을 놓는다.

  당신의 조각을, 소중하게 잘근거렸다.

  삼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는 손톱을 깎았다. 당신
이 썼던 그 손톱깍이로.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손톱이 튀어 올랐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만화] 여자2 [2] [25] 지명 2011.08.19 5055
172 [1분 소설] 불안 [196] 방목하다 2011.08.15 4073
171 [ZETA] 정수기 [8] 룽게 2011.08.14 2154
170 [단편] 별을 따다줘 [21] 룽게 2011.08.05 2751
169 [2분 소설] A Walk To Remember [19] catgotmy 2011.07.29 2740
168 [이미지] 표현의 자유 [9] EEH86 2011.07.23 2128
167 [시] 외로움이란 [8] 우잘라 2011.07.16 2698
166 [시] 전학생 [1] [9] none of names 2011.07.16 2584
165 [엽편] 실쪼가리. [25] 우잘라 2011.07.12 4062
164 [연애 웹툰] 투닥토닥 1화 - 그의 정체 [5] [17] 지명 2011.07.08 3957
163 [시]시식 [1] like5078 2011.07.02 1488
162 [시]언젠가는 [1] like5078 2011.07.02 1803
161 [시]This Time, Distance [2] [4] catgotmy 2011.07.01 1763
160 [시] 식은 밤 [1] none of names 2011.07.01 1596
159 [시] Absolute Terror Field [4] [20] catgotmy 2011.06.19 2965
» [엽편] 손톱 우잘라 2011.06.18 1689
157 [한장 수필] 쉼 [1] EEH86 2011.06.14 1684
156 [시] 온 몸이 지구였으면 좋겠다. [1] EEH86 2011.06.14 1594
155 [한 장 소설] 미완성 # bird [1] EEH86 2011.06.13 1902
154 [소설] 6-6 [2] [1] 볼리바르 2011.06.09 17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