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식스 센스

2010.09.02 00:27

catgotmy 조회 수:2641

등 뒤에서 살며시 부드럽게 사람이 안겨왔었다.

처음 누가 안겨오는 기분을 느낀건 고등학교 때였다.


식스 있지?

 

응. 식스가 왜


ㅎㅎ 역시 우린 식스라고만 해도 아는구나.


그럼 알지.


짧은 시간에 깨는 방법이 있대. 파티멤버도 구려. 셋져는 꼭 있어야 되니까...


라면서 친구가 얘기하던 중에 누군가 살며시 등 뒤에서 안겨왔다. 그때의 나는 반쯤은 정신이 이상한 상태라서,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안겨왔다는 사실이 좋았다. 흰색 원피스에 좀 마른편인 여자애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이후로 종종 같은 일이 일어나곤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침대에 혼자 누워서 자고있던 캄캄한 방에서 그 여자애는 뒤에서 나를 안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희미하게 잡히는 그애의 손을 잡고 다시 잠이 들었다.


같은 해 좀 추워지던 날엔, 그 애가 바로 옆에서 걷는 것 같았다.  내가 있는 곳이 냄비뚜껑 같은게 지평선을 덮은 속처럼 뜨거웠고, 그 애는 내 옆에서 겁먹지 말라며 날 달래주고 있었다.


그 아이를 뚜렷하게 처음 봤을 땐, 정말 놀랐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외모를 갖고 있었으니까. av배우와 연예인 등 어느 그 누구보다도 이뻤다. 너무 이뻐서 갖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아이와 했다. 처음엔 그냥 보는것만으로 좋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래서 서서히 그 애가 망가져갔던 것 같다.


마지막에 그 아이를 봤을 땐, 로스웰의 그녀석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내 탓인 것처럼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내가 그 아이를 마지막으로 봤던 날이다. 아마도, 그녀를 처음 안았던 그 날이 마지막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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