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건립되기 전의 이야기다.

 

친구이자 사냥꾼인 버틀러로부터의 편지가 도착했다. 몇 해 전부터 그가 얘기해왔었던 사설(私設) 박물관으로 초대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귀족이자 갑부의 아들이었던 버틀러는 자신이 사냥한 동물을 박제로 만들어 놓는 취미가 있었다.
자신이 사냥할 수 있는 모든 사냥감을 한 곳에 전시해놓고 싶다는 버틀러의 꿈은 그가 소유하고 있는 대저택 안에 하나하나 이루어져갔다.

 
그의 '박물관'에 방문했을 때에 본 것은, 공중을 나는 날짐승은 공중에 매달려 있고 대리석 바닥에 위치한 들짐승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생히 박제가 되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공중에서 내려와 쪼아댈 것 같고 금세라도 물며 할퀴어댈 것 같은 야생(野生)의 모습이 버틀러의 박물관 안에 재현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느 종(種) 하나 희귀하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생생하지 않은 것이 없는, 하나 같이 명품인 박제들이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 박제된 짐승들 중 가장 눈에 잘 띄는  한 가운데 공간이 비어 있다는 것이다.

 
"여긴 뭘 전시할 건가?"

 
"아주 희귀한, 나만이 사냥할 수 있는 특별한 짐승을 박제로 만들어 전시해놓을 거라네."

 
버틀러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사냥감에게 접근할 때 몸에 밴 담뱃내로 인해 자신의 위치가 들킬까봐 남들이 권하는 담배도 사양하며 '사냥꾼'으로서의 용의주도함을 꾀하던 그가 이번에는 손수 담배에 불을 붙여 담배 연기를 길게 빨아들인다.

 
"후 ~ "

 
버틀러가 한숨을 내쉴 듯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던 모습이 지금도 내 눈 앞에 남아 있는 듯하다.

 
그 얼마 후 다정한 친구이자 우리 시대 최고의 사냥꾼이었던 버틀러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을 알린 전보(電報)를 받고 그 박물관에 다시 들어 가보니, 비어져 있던 중앙의 그 자리에 박제가 된 '버틀러'가 서있었다.
생전에 그가 즐겨 쓰던 윈체스터 엽총이 손에 쥐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사냥꾼 버틀러는, 오랫동안 박제로 만들어왔던 사냥감들과 함께 영면(永眠)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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