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 묘정의 구슬 (2009)

2010.03.21 23:29

DJUNA 조회 수:5411

각본: 유은하 연출: 김형석 출연: 조여정, 서유정, 이종원, 김동주, 최수린, 차현정, 이인철, 김리나, 임하나, 김효서, 변신호, 가득히

원래 2009년 [전설의 고향] 9편은 [달걀귀]가 될 예정이었죠. 그러다 중간에 갑자기 이 에피소드가 탈락하고 [묘정의 구슬]이 대신 들어갔는데,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저도 모릅니다. 그냥 달걀귀라는 컨셉만 바뀌고 이야기는 그대로 간 것일 수도 있죠.

[묘정의 구슬]은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구중궁궐 안에 살면서 임금만을 바라보며 사는 여자들에게 임금의 총애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총애구슬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 구슬을 노리개에 다는 여자의 운명은 늘 끔찍해요. 자살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살해당하거나 그렇죠.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 당하던 후궁 소원은 이 총애구슬을 줍게 되고 순식간에 미인으로 탈바꿈합니다. 그러는 동안 소원의 구슬을 뺏으려는 쟁탈전이 벌어지고 이 구슬과 관련된 과거의 비밀이 드러납니다. 물론 긴 머리 귀신도 등장합니다.

빨리 쓰여진 작품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소재부터 그래요. 왕의 총애를 얻으려는 후궁들의 이야기는 사극에서 너무나도 자주 쓰인 이야기잖아요. 진부하긴 하지만 적어도 중간에 막힐 일은 없습니다. 데드라인에 맞추어 허겁지겁 쓰기엔 이처럼 좋은 재료가 없죠. 그렇다고 [전설의 고향]의 다른 에피소드들이 [묘정의 구슬]보다 더 공을 들인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요.

전 이 이야기의 가능성이 그렇게 막혀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배경에 익숙한 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막 나갈 수도 있는 이야기였어요. 이 에피소드의 귀신은 마음만 제대로 먹었다면 조선 시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영역까지 달릴 수 있었어요. 네, 왕을 죽일 수도 있었단 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만드는 사람들의 간이 콩알만했습니다. 늘 그게 문제죠. 당연한 지향점이 사라지자 이야기는 갈팡질팡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용서받으려 하고 눈물을 흘리는 막판 감상주의는 따분하고요. 특히 귀신 앞에서 신세타령하는 왕은 그냥 어이가 없더군요. 전 진심으로 귀신이 왕을 끝장내주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네, 만드는 사람들의 간이 콩알만했어요. 그 때문에 애꿎은 여자들만 죽어나가는 거죠. 이걸 설정 낭비라고 생각한 사람은 정말 없었나요.

 [디데이] 이후, 김리나에게 나름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사람이 연기한 귀신 묘정이 더 딱해보입니다. 초라한 특수효과는 우스꽝스럽고 아무리 위엄을 갖추고 연기하려 해도 연출이 그를 따라주지 못해요. 제대로 된 각본이라면 마땅히 실질적인 주인공이어야 할 이상궁의 캐릭터가 주변으로 밀려난 것도 아쉽군요. 어차피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시리즈인데, 포기하고 완전히 막 나가버리면 안 되나요. (09/09/18)

기타등등

얼굴에 점 몇 개를 찍어놓고 조여정을 박색이라고 우기는 설정은 그냥 믿을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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