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와 폭설 Katy and the Big Snow (1943)

2010.03.21 12:12

DJUNA 조회 수:4720

Virginia Lee Burton (글, 그림) 홍연미 (옮김)

[케이티와 폭설]에서 주인공 케이티는 빨간 크롤러 트랙터입니다. 지오폴리스 시 도로국에서 일하는 케이티는 여름엔 불도저를 달고 도로 보수일을 하고 겨울에는 눈삽을 달고 눈을 치웁니다. 어느 날 엄청난 폭설이 쏟아져 지오폴리스시의 기능이 정지되자, 케이티가 나서서 눈을 치우고 길을 만듭니다.

[케이티와 폭설]에는 [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의 서스펜스와 멜로드라마는 없습니다. 사실 드라마라고 할 것도 없죠. 케이티는 그냥 열심히 눈을 치우고 그 때문에 지오폴리스 시는 원래 기능을 되찾습니다. 그게 다예요. 케이티는 메리 앤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인화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이 트랙터에 인간적 개성이 부여된 건 아닙니다. 케이티는 그냥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공무원이에요.

이 책의 매력은 비드라마적입니다. 버지니아 리 버튼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 주인공 크롤러 트랙터의 구조와 역할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더 관심이 있지요. 케이티를 소개하는 첫 페이지만 봐도 독자들은 크롤러 트랙터의 기능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알게 됩니다. 케이티의 커다란 그림 주변에 이를 설명하는 작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지요. 55마력 디젤 엔진, 주행 5단, 후진 3단, 360도 회전... 심지어 55마력을 설명하기 위해 말을 55마리 그려넣는 공을 들이기도 합니다. 책은 이야기의 무대인 지오폴리스시와 케이티의 직장인 도로국을 설명하는 데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첫 페이지에서 11페이지까지 책은 스토리를 위한 완벽한 배경 설명을 하고 있지요.

그 다음에 폭설이 쏟아지고 케이티가 활동을 시작하면 앞에 쌓아놓은 정보들이 다시 재구성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10페이지와 11페이지에 실린 지오폴리스시의 지리적 정보들이요. 독자들은 일단 눈을 치우고 길을 만들고 사람들을 구하는 케이티의 모험에 집중하게 되지만 그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도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지도와 함께 반복해 감상하다보면 하나의 작은 소도시와 그 소도시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머릿속에 들어오지요. 소박한 그림책이지만 탈것과 내연기관에 환장하는 어린 독자들에게는 한없이 즐거운 독서 쾌락을 제공해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08/10/20)

기타등등

메리 앤처럼 케이티도 구체적인 크롤러 트랙터의 디자인에 바탕을 두고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정보를 못 찾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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