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Alfred Hitchcock 출연: David Wayne, Steve Brodie, Louise Larabee, Norman Leavitt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2시즌에서 히치콕은 세 편의 에피소드를 감독했습니다만, [복수][브레이크다운]과 같은 작은 걸작들을 내놓았던 1시즌만큼 성과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2시즌의 시작을 연 [Wet Saturday]는 블랙 코미디의 컨셉만 간신히 살아있는 무성의한 범작이었고, 미니 [이창]이라고 할 수 있는 [Mr. Blanchard's Secret]는 귀엽고 매력적이었지만 스타일리스트로서 히치콕의 개성은 그리 잘 산 작품은 아니었지요. 남은 건 오늘 다룰 [원 모어 마일 투 고]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완성도를 떠나 히치콕 팬이나 평론가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요.

영화는 샘 제이코비라는 남자가 말다툼 끝에 아내를 부지깽이로 때려죽이면서 시작합니다. 그는 아내의 시체를 차 트렁크에 싣고 어딘가에 갖다 버릴 계획을 세우죠. 그런데 한밤중에 차를 모는 동안 오토바이를 탄 교통 경찰 한 명이 접근해서 테일 라이트가 꺼졌다고 알려줍니다. 그는 알아서 고치겠다고 하지만 경찰은 막무가내죠. 어쩔 수 없이 주유소로 들어가 테일라이트를 교체하지만 여전히 불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트렁크 안에 든 무거운 물건이 선을 건드렸기 때문이지요.

처음 듣는 이야기라도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직접 보면 더 그렇습니다. 참견쟁이 교통 경찰이 수상쩍은 물건을 실은 주인공의 차를 따라다니며 간섭한다는 설정으로 얄미운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설정부터 [싸이코]와 흡사하지요. [복수]와 마찬가지로 [원 모어 마일 투 고]도 [싸이코]의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체를 가지고 노는 스타일리스트의 장난감입니다. 외딴 집 안에서 싸우는 부부를 집 밖에서부터 서서히 접근하며 잡아내는 도입부부터 그렇죠. 히치콕은 우리의 주인공이 경찰을 만날 때까지 그에게 대사를 하나도 주지 않습니다. 일단 그가 경찰과 만나고 테일 라이트와 관련된 인연이 시작된 뒤부터는 순수한 영화적 장난입니다. 히치콕은 적당한 완급으로 주인공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서서히 그를 궁극적인 함정에 빠트리는데, 여기서부터 작품의 진행은 거의 음악적입니다. 살인범과 경찰을 두 개의 성부로 놓고 간결한 대위법으로 그 선율들을 발전시키는 서스펜스의 노래지요.

[원 모어 마일 투 고]는 무척 모범적인 히치콕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평범하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복수]나 [브레이크다운]이 히치콕다움 속에서도 자체의 개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원 모어 마일 투 고]는 히치콕 세계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샘플처럼 보입니다. (06/12/12)

기타등등

스티븐 브로디가 연기한 배뚱뚱이 교통 경찰은 은근히 히치콕 자신과 닮아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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