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Alfred Hitchcock 출연: Vera Miles, Ralph Meeker, Frances Bavier, John Gallaudet, Norman Willis, John Daheim, Lilian O' Malley, Herbert Lytton, Ray Montgomery, Alfred Hitchcock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55년부터 1962년까지 알프레드 히치콕은 자기 이름을 단 두 편의 텔레비전 시리즈를 제작했고 두 작품 모두에 호스트로 고정 출연했으며 그 중 17편이나 되는 에피소드들을 직접 감독했습니다. 그 동안 다른 방송국의 앤솔로지 시리즈들인 [Suspicion]과 [Startime]의 에피소드들을 한 편씩 감독했으니, 이 양반 최전성기의 막바지에 19편의 미니 히치콕 영화들이 나온 거예요.

보통 이 작품들은 그렇게 자주 언급되지 않는데, 이건 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은 히치콕의 경력에서 결코 작은 부분이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감독 히치콕의 이미지는 대부분 이 작품에서 나왔거든요. 게다가 20분을 살짝 넘기는 ([The Alfred Hitchcock Hour]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두번째 시리즈는 광고가 포함된 1시간짜리였지만요) 저예산 단편이라는 형식은 히치콕에게 상업용 장편 영화에서 할 수 없었던 시도들을 허락하기도 했습니다. 히치콕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들을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겠지만 무시하는 건 더욱 곤란하죠.

오늘 다룰 [복수]는 [Alfred Hitchcock Presents]의 첫번째 에피소드입니다. 이 앤솔로지 시리즈의 기본 형식은 이 에피소드에서 거의 완벽하게 완성됩니다. 히치콕이 등장해 무표정한 얼굴로 드라이한 농담을 던지고 사라지면 본편이 상영되고 그 뒤에 다시 히치콕이 등장해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것이죠. 이번 에피소드가 끝난 뒤 히치콕이 광고를 소개하며 읊조리는 다음 대사는 유명합니다. "You see, crime does not pay. Not even on television. You must have a sponsor. Here is ours."

히치콕의 뻔뻔스러운 스폰서 놀리기는 정말 재미있지만, 사무엘 블라스의 동명 단편을 각색한 [복수]의 이야기는 상당히 어둡습니다. 이야기는 트레일러 파크에 사는 부부의 일상생활에서 출발해요. 남편은 엔지니어이고 아내는 신경쇠약에 걸려 잠시 일을 쉬는 발레리나입니다. 남편이 직장인 공장에 가 있는 동안 세일즈맨을 위장한 회색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그들의 트레일러에 습격해 아내를 공격합니다. 아내는 살아남지만 심각한 정신적인 충격을 입지요. 쓸만한 증거나 증인이 없어서 경찰이 그 남자를 잡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고요. 그러던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던 도중 아내는 남편에게 한 남자를 가리키면서 그가 범인이라고 말합니다. 남편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 남자의 호텔방으로 들어가 그를 무참하게 살해합니다. 남편이 돌아와 다시 차를 모는 동안 아내는 다른 남자를 가리키면서 아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합니다. "There he is. That's him."

[복수]는 작고 완벽한 히치콕 영화입니다. 우리가 히치콕 영화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있지요. 금발 미녀, 누명 쓴 남자, 비틀리고 거의 사악한 유머 감각, 은근히 변태적인 성적 암시.

그러나 이 에피소드에서 정말로 재미있는 건 일반적인 히치콕 영화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복수]는 굉장히 어둡습니다. 아내를 습격했고 아마 강간했을지도 모르는 범인은 잡히지 않습니다. 누명 쓴 남자는 변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살해 당했고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평범한 새신랑이었던 남자는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결국 정신이 완전히 나가 버렸고요. 히치콕은 에피소드 끝에 남편이 결국 잡혀서 법의 심판을 받았다고 말하는데, 이건 순전히 스폰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덧붙인 정보이니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권선징악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요. 이게 극장용 장편 영화였다면 이런 식의 결말은 어림도 없었겠죠?

[복수]에서 예술적으로 흥미로운 건 일상과 초현실적인 환상의 결합입니다. 영화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미국 중산층의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이들이 잠시 머무는 허름한 트레일러 파크는 그 이상 진부할 수 없을 정도죠. 하지만 남편이 떠나고 아내가 정체불명의 악당의 습격을 받은 그 순간부터 이 진부한 세계는 거의 그림동화에나 나올 법한 폭력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바뀝니다. 여기서 신경쇠약에 걸린 금발의 발레리나 아내는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짧게 꺾인 꽃송이를 쥐고 공허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He Killed me"라고 중얼거리는 베라 마일즈의 얼굴 클로즈업은 소름끼칠 정도로 강렬하죠.

이런 결합은 히치콕의 걸작 [싸이코]의 전조처럼 보여서 흥미롭기도 합니다. [싸이코] 역시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광기의 환상이라는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요. 개성없는 미국 회색 도시를 배경으로 한 메마른 흑백 화면도 유사하고요. 히치콕이 [싸이코]를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의 한 에피소드처럼 다루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건 오히려 당연할 겁니다. (05/10/20)

기타등등

이 작품은 히치콕이 막 자신과 계약을 마친 마일즈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종의 쇼케이스였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들의 관계는 그렇게 잘 풀리지는 않았지요. 이 에피소드에서 마일즈가 보여준 연기를 보면 참 아쉬워요. 킴 노박이 나빴다는 건 아니지만 베라 마일즈가 주연한 [현기증]도 근사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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