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 사진검의 저주 (2008)

2010.03.21 08:02

DJUNA 조회 수:3344

각본: 문은정 연출: 김정민 출연: 최수종, 사강, 박하선, 송민지, 송옥숙, 이정

대장장이 마을에서 야장이 온 몸이 불탄 시체로 발견되자 윤인과 성구는 무녀 무령과 함께 진상 조사를 위해 파견됩니다. 이 마을에서는 왕실을 위해 귀신을 쫓는다는 신비한 칼인 사진검을 만들고 있었는데, 윤인은 이 살인사건이 사진검과 관계된 비밀의식과 연관이 있다고 믿게 됩니다.

그 비밀의식의 정체란? 긴머리 귀신과 대장장이들이 함께 나오는 [전설의 고향] 에피소드라면 뭐겠습니까? 당연히 시청자들은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에 답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의 진상을 예고편에서 노출시킨 건 좀 심했습니다. 이야기가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예고편은 그 형식을 존중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그래도 전 여기서부터 스포일러를 다 폭로할 겁니다.)

에피소드의 주제는 희생입니다. 여기서는 두 무녀의 대화를 통해 갈등이 드러나죠. 이 영화에서 악역인 국무는 제물이 될 여자들에 대해 어차피 별볼일 없는 삶을 살 미천한 것들이니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중반에 개심한 무령은 이 논리를 아주 간단하게 물리치죠. "그들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하긴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개인에게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는 올바른 국가가 아니죠.

드라마엔 단점들이 많습니다. 우선 이야기를 꾸려가는 윤인이 그냥 기능적인 인물이라 존재가 약한 게 걸리는군요. 무령의 개심은 지나치게 급작스럽고요. 가장 걸리는 건 첫 번째 희생자인 개화와 다음 희생자로 찍힌 딸 향이의 관계입니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딸의 몸을 숙주로 이용하는 개화는 지나치게 차가워요. 제가 개화라면 복수보다 딸을 구하는 게 더 중요했을 겁니다. 툭하면 모성을 내세우던 사람들이 왜 여기서는 그걸 무시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거의 논리의 문제인데 말입니다. 막판의 재회로는 많이 모자라요.

가장 좋은 호러 장면은 첫 번째 살인이 등장하는 도입부입니다. 장치들은 뻔하고 특수효과는 약하지만 적당한 미스터리가 개입되니 느낌이 좋군요. 하지만 중반 이후 등장하는 개화의 귀신은 호러 영화의 귀신보다 [엑스 맨]의 진 그레이 같습니다. 국무와 개화가 초능력으로 대결하는 후반부는 장르를 잘못 찾은 것 같아요. 적당히 싸구려인 재미는 있지만요. (08/08/14)

기타등등

개화역의 송민지는 이은주를 많이 닮았더군요. 향이 역의 박하선은 귀신 머리를 하고 나오니까 갑자기 미모가 두 배 이상 상승해요. 이런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 사람들도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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