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낙하 Free Fall (1988)

2010.03.13 22:11

DJUNA 조회 수:2045

 David Wiesner (그림) 

데이빗 와이스너는 현존하는 그림책 작가 중 가장 순수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텍스트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스토리는 오로지 그림을 통해만 표현되지요.

그의 88년 칼데콧 상 수상작인 [자유 낙하]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한 소년이 자면서 꿈을 꿉니다. 꿈 속에서 그는 체스말 왕족을 만나고, 용과 싸우고, 소인국에 들어가고, 지도들과 함께 날아가다가 결국 다시 침대로 돌아옵니다. 깨어나서 보니 꿈 속에서 보았던 모든 것들은 침실에 있던 공룡 장난감이나 지도책, 소금병들에 상상력이 입혀진 것들이었습니다.

와이스너는 이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상당히 흥미진진한 트릭을 이용합니다. 이 작품은 커버 그림까지 포함해서 7장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7이나 27을 잘못 쓴 게 아니냐고요? 아뇨. 정확하게 맞습니다. 커버 양쪽에 그려진 그림 두 장, 제목에 사용된 사용된 그림 두 장. 소년이 잠들고 깨어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 두 장, 그리고 모험이 벌어지는 꿈 속을 그린 그림 한 장.

다시 말해, 소년의 모험담은 단 한 장의 종이에 그려진 길다란 그림입니다. 물론 제본의 문제 때문에 이 긴 그림은 쪼개져서 정통적인 그림책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요.

이 길다란 그림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어지면서 너무나도 꿈다운 연상작용을 만들어냅니다. 소년이 덮고 있는 체크 무늬 담요는 정돈된 밭으로 변형됩니다. 밭은 체스 판으로 변하고, 체스판은 성으로 이어지며, 성의 옥상은 자연스럽게 용의 등으로 옮겨갑니다. 용이 있는 숲은 어느 새 거대한 책들이 되고, 소년과 친구들은 책의 그림에서 빠져 나옵니다. 옆으로 눕혀진 책들은 서서히 대리석 건물의 계단으로 변형되고, 대리석 건물은 거대한 계곡이 됩니다. [자유 낙하]라는 제목은 이 물 흐르는 듯한 유려한 모험담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제목입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이 책의 스토리 부재에 당황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교육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적당히 활용하면 오히려 아이들의 고정된 사고를 유연하게 해주는 적절한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자유 낙하]는 그런 교육적인 효과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오히려 그런 걸 걱정할 필요없는 성인 독자에게 더 어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0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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