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2010.03.06 11:09

DJUNA 조회 수:3863

1. 중계

올해 OCN의 아카데미 상 중계는 이전 것들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전보다 잘한 건 아니었어요. 단지 할 필요없는 걸 하지 않았던 거죠. 해설자들의 멘트는 줄었고 동시통역도 프레젠터들로 제한되었습니다. 진행자의 농담을 방해없이 생방송으로 들은 건 정말 몇 년 만입니다.

전 제가 몇 년 동안 중계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은 게 마침내 결실을 봤다고 믿으렵니다. 며칠 전에 제 아카데미 중계 잡담들이 참고자료의 딱지가 붙은 채 연출부로 넘어갔다는 소릴 들었거든요.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동시통역들은 귀에 거슬렸습니다. 그냥 정보만 열거하는 사람들의 대사를 전달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오웬 윌슨과 벤 스틸러와 같은 농담꾼들은 통역 속에 완전히 묻혀버렸지요. 동시통역이 포함된 3중창이 된 잭 블랙과 윌 패럴의 '지루해송'도 듣는 동안 조금 화가 났고요.

해설자들 역시 사전조사가 부족했고 실수도 잦았습니다. 캐서린 헵번의 결혼사실과 같은 기초적인 정보들이 잘못 전달되었고, 막 피터 잭슨이 각색상을 가져가는 걸 봤으면서도 감독상을 못타면 빈 손으로 갈 거라고 말하는 것은 거의 심심한 농담 같았어요.

2. 수상 결과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그래도 참고하실 분들을 위해 수상작 리스트를 여기 올려놓습니다. 알파벳 순서입니다.

ACTOR IN A LEADING ROLE 
Sean Penn 
MYSTIC RIVER

ACTOR IN A SUPPORTING ROLE 
Tim Robbins 
MYSTIC RIVER

ACTRESS IN A LEADING ROLE 
Charlize Theron 
MONSTER

ACTRESS IN A SUPPORTING ROLE 
Renee Zellweger 
COLD MOUNTAIN

ANIMATED FEATURE FILM 
FINDING NEMO 
Andrew Stanton

ART DIRECTION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Grant Major (Art Direction); Dan Hennah and Alan Lee (Set Decoration)

CINEMATOGRAPHY 
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 
Russell Boyd

COSTUME DESIGN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Ngila Dickson and Richard Taylor

DIRECTING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Peter Jackson

DOCUMENTARY FEATURE 
THE FOG OF WAR 
Errol Morris and Michael Williams

DOCUMENTARY SHORT SUBJECT 
CHERNOBYL HEART 
Maryann DeLeo

FILM EDITING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Jamie Selkirk

FOREIGN LANGUAGE FILM 
THE BARBARIAN INVASIONS 
Canada 
Directed by Denys Arcand

HONORARY AWARD 
HONORARY AWARD 
Blake Edwards

MAKEUP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Richard Taylor 
Peter King

MUSIC (SCORE)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Howard Shore

MUSIC (SONG)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Into the West" 
Music and Lyric by Fran Walsh and Howard Shore and Annie Lennox

BEST PICTURE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Barrie M. Osborne, Peter Jackson and Fran Walsh

SHORT FILM (ANIMATED) 
HARVIE KRUMPET 
Adam Elliot

SHORT FILM (LIVE ACTION) 
TWO SOLDIERS 
Aaron Schneider and Andrew J. Sacks

SOUND EDITING 
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 
Richard King

SOUND MIXING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Christopher Boyes, Michael Semanick, Michael Hedges and Hammond Peek

VISUAL EFFECTS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Jim Rygiel, Joe Letteri, Randall William Cook and Alex Funke

WRITING (ADAPTED SCREENPLAY)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Screenplay by Fran Walsh, Philippa Boyens & Peter Jackson

WRITING (ORIGINAL SCREENPLAY) 
LOST IN TRANSLATION 
Written by Sofia Coppola

올해 시상식에서 가장 놀라운 이변은 이변이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없어도 너무 없어서 이상할 지경이었지요. [왕의 귀환]의 압승은 모두 예측했던 것입니다. 샬리즈 테론, 르네 젤위거, 팀 로빈스 역시 예상되었던 수상자들이었고요. 남우주연상의 예측은 그보다 조금 더 어려웠지만 그래도 숀 펜의 수상에 정말로 놀란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른 부분의 수상자들도 비교적 뻔했습니다. [Les Triplettes de Belleville]의 선전을 기대했던 사람들도 정말로 [니모를 찾아서] 이외의 다른 영화가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을 거라고 믿지는 않았을 거예요. [Les Invasions barbares]나 [The Fog of War]는 비평가들의 예측과 수상 결과가 일치한 대표적인 예였습니다. 그 결과 '드디어' 에롤 모리스가 아카데미상을 받았지만, 아카데미도 이 사람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심지어 마이클 무어도 상을 챙겼는데 말이에요.

이 '완벽한' 수상 결과는 우리에게 무언가 대단한 걸 말해주는 걸까요? 아뇨. [왕의 귀환]이 기술부분을 싹쓸이한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만큼이나 기술집약적인 영화였으니까요. 이 영화가 작품상을 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어요. 판타지 영화라는 점에서 수상이 조금 불리했을지도 모르지만 3년동안 해낸 게 워낙 엄청났잖아요. 양적인 면으로 보나 기술적인 면으로 보나 [왕의 귀환]은 할리우드의 야심을 넘어선 괴물같은 성공작이었습니다.

나머지도 마찬가지였어요. 샬리즈 테론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관객들과 회원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몸을 바쳐 성의를 보여주는 게 아카데미상을 받는 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증명해주었고요. 빌 머레이가 고배를 마신 건 코미디 영화가 드라마틱한 영화에 비해 아카데미상을 타기 조금 어려운 장르라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인지도 모르죠.

3. 시상식

올해 시상식은 지루했습니다. [왕의 귀환]의 싹쓸이와 예측가능한 수상자들 때문에 시상식의 가장 큰 재미인 서스펜스가 송두리째 날아가버렸으니까요.

어떻게든 시상식을 짧게 끝내려는 발버둥 때문에 프로그램이 밋밋해지기도 했습니다. 비평가들과 시청자들은 시상식이 4시간을 넘기기만 하면 쇼가 지루하다고 난리를 치지만, 원래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런 식으로 우아하게 할 말만 하고 끝낼 때보다는 어느 정도 여유로운 진행 속에 싼맛을 겁내지 않는 유희적 쾌락이 가득할 때 더 재미있지 않던가요?

빌리 크리스탈은 언제나처럼 패러디 클립과 [It's a Wonderful Night for Oscar] 노래로 문을 열었습니다. 크리스탈은 언제나처럼 노련했지만 슬슬 매너리즘을 걱정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생각 알아맞추기'와 같은 농담은 비교적 실망스러웠어요.

하지만 패러디와 노래는 언제나처럼 흥겨웠고 에롤 모리스의 수상 소감 뒤 "I can't wait for his tax audit"라고 잽싼 코멘트를 다는 것 같은 임기응변도 돋보였습니다. 로빈 윌리엄스와 콤비로 한 엉터리 더빙과 게이 결혼 케익과 같은 농담도 좋았고요.

분위기상 비교적 몸을 사렸던 작년의 스티브 마틴과는 달리 그는 정치적 농담도 몇 개 내뱉었습니다. 부시가 대통령이었고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이라크와 전쟁을 막 끝낸 뒤였던 '13년 전'을 회상하거나 군데군데 빈 자신의 진행자 경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텍사스 주방위군에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식이죠.

달리기처럼 진행된 시상식 중 그나마 그럴싸한 구경거리였던 건 다섯 곡의 주제가 공연이었습니다. 솔직히 전 애니 레녹스의 공연은 그냥 넘겼습니다. 하지만 유진 레비와 캐서린 오하라의 공연은 너무 귀여웠고 [Les Triplettes de Belleville]의 주제가 공연도 흥겨웠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능가하는 것이 있었다면 그건 역시 잭 블랙과 윌 패럴의 [넌 지루해] 송이었겠지만요.

그밖에 기억할만한 장면은? 공로상을 받은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극적인 등장은 어떤가요?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민트와 접근금지명령 농담도 유쾌했고요. (그런데도 결국 샬리즈 테론의 키스를 받아낸 모양이더군요!)

올해의 오스카 패션은 비교적 정통적이었습니다. 니콜 키드먼, 안젤리나 졸리, 나오미 와츠... 이들은 모두 정통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너무 무리가 없어서 오히려 양념용 악취미를 찾고 싶을 정도였지요. 그 때문인지 조금 튀는 사람들이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리브 타일러의 20년대 헤어스타일과 까만 뿔테 안경은 정말 귀여웠어요. [애니 홀] 시절로 돌아간 듯한 다이안 키튼의 '다이안 키튼' 복장은 향수를 자극할 정도로 당혹스러웠어요. (04/03/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3] DJUNA 2010.03.08 3789
81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5] DJUNA 2010.03.06 2821
80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7] DJUNA 2010.03.06 2782
79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42] DJUNA 2010.03.06 3832
78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2] DJUNA 2010.03.06 2336
77 Q님의 1번 주제에 의한 듀나의 변주 [6] DJUNA 2010.03.06 8580
76 달콤쌉싸름한 로맨스 [1] DJUNA 2010.03.06 7995
75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7] DJUNA 2010.03.06 3911
74 [분신사바] 각색하기 [1] DJUNA 2010.03.06 8225
73 [령] 리메이크 하기 [1] DJUNA 2010.03.06 6780
» 제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34] DJUNA 2010.03.06 3863
71 심심한 듀나와 파프리카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DVD를 다시 보다 (7. 하교) [1] DJUNA 2010.03.06 3138
70 심심한 듀나와 파프리카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DVD를 다시 보다 (6. 야간자율학습) [37] DJUNA 2010.03.06 5430
69 심심한 듀나와 파프리카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DVD를 다시 보다 (5. 오후자습) [1] DJUNA 2010.03.06 2712
68 심심한 듀나와 파프리카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DVD를 다시 보다 (4. 점심시간 - 신체검사) [1] DJUNA 2010.03.06 3025
67 심심한 듀나와 파프리카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DVD를 다시 보다 (3. 오전수업) [1] DJUNA 2010.03.06 2965
66 심심한 듀나와 파프리카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DVD를 다시 보다 (2. 등교) [7] DJUNA 2010.03.06 32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