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2010.03.06 11:15

DJUNA 조회 수:2336

1. 수상 결과

수상작 리스트입니다. IMDb에서 가져왔습니다.

Academy Awards, USA: 2006

Best Motion Picture of the Year
Winner: Crash (2004) - Paul Haggis, Cathy Schulman

Best Performance by an Actor in a Leading Role
Winner: Philip Seymour Hoffman for Capote (2005)

Best Performance by an Actress in a Leading Role
Winner: Reese Witherspoon for Walk the Line (2005)

Best Performance by an Actor in a Supporting Role
Winner: George Clooney for Syriana (2005)

Best Performance by an Actress in a Supporting Role 
Winner: Rachel Weisz for The Constant Gardener (2005)

Best Achievement in Directing 
Winner: Ang Lee for Brokeback Mountain (2005)

Best Writing, Screenplay Written Directly for the Screen
Winner: Crash (2004) - Paul Haggis, Robert Moresco

Best Writing, Screenplay Based on Material Previously Produced or Published 
Winner: Brokeback Mountain (2005) - Larry McMurtry, Diana Ossana

Best Achievement in Cinematography 
Winner: Memoirs of a Geisha (2005) - Dion Beebe

Best Achievement in Editing 
Winner: Crash (2004) - Hughes Winborne

Best Achievement in Art Direction 
Winner: Memoirs of a Geisha (2005) - John Myhre, Gretchen Rau

Best Achievement in Costume Design
Winner: Memoirs of a Geisha (2005) - Colleen Atwood

Best Achievement in Music Written for Motion Pictures, Original Score 
Winner: Brokeback Mountain (2005) - Gustavo Santaolalla

Best Achievement in Music Written for Motion Pictures, Original Song 
Winner: Hustle & Flow (2005) - Jordan Houston, Cedric Coleman, Paul Beauregard("It's Hard Out Here For a Pimp")

Best Achievement in Makeup 
Winner: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2005) - Howard Berger, Tami Lane

Best Achievement in Sound
Winner: King Kong (2005) - Christopher Boyes, Michael Semanick, Michael Hedges, Hammond Peek

Best Achievement in Sound Editing
Winner: King Kong (2005) - Mike Hopkins, Ethan Van der Ryn

Best Achievement in Visual Effects 
Winner: King Kong (2005) - Joe Letteri, Brian Van't Hul, Christian Rivers, Richard Taylor

Best Animated Feature Film of the Year
Winner: Wallace & Gromit in The Curse of the Were-Rabbit (2005) - Steve Box, Nick Park

Best Foreign Language Film of the Year
Winner: Tsotsi (2005) - Gavin Hood(South Africa)

Best Documentary, Features
Winner: Marche de l'empereur, La (2005) - Luc Jacquet, Yves Darondeau

Best Documentary, Short Subjects
Winner: A Note of Triumph: The Golden Age of Norman Corwin (2005) - Corinne Marrinan, Eric Simonson

Best Short Film, Animated
Winner: The Moon and the Son (2005) - John Canemaker, Peggy Stern

Best Short Film, Live Action
Winner: Six Shooter (2005) - Martin McDonagh

정리하면 경쟁부분에 오른 실사영화들 중 [크래쉬], [브로크백 마운틴], [킹콩], [게이샤의 추억]이 각각 세 개씩 수상했고, [허슬 & 플로우], [콘스턴트 가드너], [캐포티], [앙코르],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시리아나]가 각각 하나씩 수상했습니다.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뮌헨]과 [굿 나잇 앤 굿 럭]은 하나도 수상하지 못했고요. 드물게 작품상 후보작들과 감독상 후보자들이 완벽하게 겹친 해였음에도 두 상이 다른 영화에 돌아갔다는 건 재미있는 아이러니입니다.

빈손으로 돌아간 영화들이 몇 편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은 골고루 돌아간 편입니다. 최근 들어 이렇게까지 배분이 고른 적이 없어서 오히려 재미있을 정도죠. 스필버그야 [뮌헨]으로 상탈 생각은 없었을 거고 조지 클루니는 [시리아나]로 별 기대도 하지 않았을 조연상을 탔으니 패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전 아직 [크래쉬]와 [앙코르], [캐포티], [허슬 & 플로우], [시리아나]를 보지 못했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수상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남우 조연상을 제외한 다른 연기상은 모두 제가 응원하는 배우들에게 돌아갔더군요. 클루니가 조연상을 받은 데에도 별 불만은 없고.

이런 골고루 상주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올해 후보에 오른 작품들이 대부분 중간 정도나 그 이하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작은 영화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술부분에서 튀는 대작이 없으면 상은 흩어집니다. 이건 그냥 자연현상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올해는 상을 사이좋게 나누어주자"라고 결정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라는 거죠. 제가 몇 번 말해야 합니까? 아카데미 위원회는 하나의 구체적인 의지와 사고력이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건성으로 투표하는 사람들의 무리라고요.

이런 영화들의 잔치가 된 건 좋은 일일까요?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닙니다. 그냥 일이죠. 주변 세상에 관심을 가지는 중저예산의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할리우드가 할리우드에서만 만들 수 있는 할리우드 표 대작을 만드는 것 역시 좋은 일이고요. 이건 어떤 경향을 암시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때는 대작이 나오고 어떤 때는 작은 규모의 드라마가 나와 수상하는 거죠. 아카데미라는 상이 생긴 뒤부터 어느 한 쪽이 완벽한 우위를 점한 적은 없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한 건? 역시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여기서 동양인과 동성애라는 마이너리티 요소를 끄집어내 억지로 수상쩍은 눈으로 들여다 볼 필요는 없어요. 보다 명백한 다른 이유가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버트 사이트의 기생 블로거 짐 에머슨은 [브로크백 마운틴]이 편집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을 보고 작품상 수상에 의문을 제기한 적 있습니다. 원래 작품상을 타는 영화들은 영화적 테크닉이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죠. 이 경우도 그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2. 시상식

존 스튜어트의 진행은 처음엔 조금 불안했습니다. 자신이 없어 보였고 긴장한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적절한 사회풍자와 영화 이야기가 섞인 모놀로그는 균형 잡힌 재미가 있었고 종종 날카로웠습니다. 호스트로서의 여유가 부족하고 뻑뻑하기만 했던 지난 해의 크리스 록과 비교해보면 훨씬 좋은 진행자였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자기만의 페이스도 찾았고요.

이번 시상식은 저번 해보다 잔재미가 훨씬 많았습니다. 어차피 서스펜스를 즐기며 볼 수 있는 해가 아니니 시상식 자체를 더 재미있게 만들자고 했던 거겠죠. 할리우드의 과거를 예찬하고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투입된 수많은 클립들이 소개되었고, 미국 정치선거광고를 흉내낸 가짜 광고들이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공연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종종 이익단체가 만든 공익광고와 같은 분위기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자! 텔레비전이나 DVD로 보면 맛이 안 살아!" 따위의 메시지를 담은 광고 같았어요. 스튜어트는 불법 복사 파일에 대한 할리우드의 반응을 오히려 역으로 놀려대기도 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릴리 톰린과 메릴 스트립이 공로상 수상자인 로버트 알트먼을 소개할 때였습니다. 알트먼 식으로 자연스럽게 겹쳐진 대화로 노장을 예찬하는 두 배우의 모습은 너무 재미있었고 근사했어요. 그것만 따로 떼어놓고 보고 싶군요.

그 다음으로는? 각자 펭귄 인형들을 들고 나온 [펭귄 - 위대한 모험]의 제작자들은 어떨까요? 벤 스틸러의 필사적인 투명인간 연기 역시 박수를 받을만 했고요.

종종 불안한 진행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인 존 스튜어트도 초반엔 그런 모습을 보였죠. 가장 아슬아슬했던 건 로렌 바콜. 이제 나이 든 스타들을 초대할 때는 그들의 상태를 우선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3. 중계

올해 OCN 중계는 저번 보다 조금 더 견딜만 했습니다. 일단 동시 통역이 빠져서 듣기가 편했거든요. 이젠 오른쪽 구석에 버티고 서서 벽돌처럼 배우들 얼굴을 가리고 있는 동시 통역 자막만 조금 밑으로 내려주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두 진행자들은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말이 많았고 그 말들은 의미있는 정보를 거의 담고 있지 않았지요. 실수와 잘못된 정보들도 많았고 그런 것들을 전달하느라 종종 시상식의 모놀로그를 놓치거나 씹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진행자들의 개입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할 말이 별로 없는 경우엔 말이죠. 이야기 중이라도 중간광고가 끝나면 잽싸게 끊고 중계로 돌아가는 게 정상이고요.

지금 게시판에서 성토 대상이 되고 있는 이무영씨에 대해선... 글쎄요. 미국식 영어 억양을 흉내내려는 그 억지 시도가 정보 전달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선 한국어 일상어의 대화에서 그렇게 열심히 억양을 흉내낼 필요도 없고,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유명사의 발음이 틀린 경우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전 이 정도만 말하겠습니다. (0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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