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2010.03.06 11:17

DJUNA 조회 수:2782

1. 수상 결과

수상작 리스트입니다. Rogerebert.com에서 가져왔습니다.

Best Motion Picture: "No Country for Old Men."

Lead Actor: Daniel Day-Lewis, "There Will Be Blood."

Lead Actress: Marion Cotillard, "La Vie en Rose."

Supporting Actor: Javier Bardem, "No Country for Old Men."

Supporting Actress: Tilda Swinton, "Michael Clayton."

Director: Joel Coen and Ethan Coen, "No Country for Old Men."

Foreign Language Film: "The Counterfeiters," Austria.

Adapted Screenplay: Joel Coen and Ethan Coen, "No Country for Old Men."

Original Screenplay: Diablo Cody, "Juno."

Animated Feature Film: "Ratatouille."

Art Direction: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Cinematography: "There Will Be Blood."

Sound Mixing: "The Bourne Ultimatum."

Sound Editing: "The Bourne Ultimatum."

Original Score: "Atonement," Dario Marianelli.

Original Song: "Falling Slowly" from "Once," Glen Hansard and Marketa Irglova.

Costume: "Elizabeth: The Golden Age."

Documentary Feature: "Taxi to the Dark Side."

Documentary Short Subject: "Freeheld."

Film Editing: "The Bourne Ultimatum."

Makeup: "La Vie en Rose."

Animated Short Film: "Peter & the Wolf."

Live Action Short Film: "Le Mozart des Pickpockets (‘The Mozart of Pickpockets’)."

Visual Effects: "The Golden Compass."

정리하면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4개, [본 얼티메이텀]이 3개, [라비앙 로즈]와 [데어 윌 비 블러드]가 두 개, [주노], [어톤먼트], [마이클 클레이튼], [원스], [스위니 토드], [황금나침반], [라따뚜이], [골든 에이지]가 각각 하나씩 수상했습니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섯 편의 영화들 중 빈손으로 돌아간 영화는 하나도 없고요. 이 정도면 나눠주기식이라고 비난받을만도 한데,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몰아주기식 결과가 나오려면 기술부분이 집중되어 있는 대작 영화가 나와야 하는데, 올해 후보에 오른 영화들은 대부분 저예산 인디영화들이었고 이들은 모두 자기만의 장점이 분명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나눠주기식 시상이 당연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결과는 만족스럽습니다. 그건 아카데미가 모든 사람들의 의견에 다 맞는 시상 결과를 냈기 때문이 아니라, 올해 영화의 질이 유달리 좋았기 때문이죠. 물이 좋은 해였고 자격미달로 걸려넘어질만한 후보자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올해 아카데미 회원들은 이전보다 훨씬 비정치적이 되었습니다. 영화계의 고참 루비 디와 줄리 크리스티가 유망했던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이 틸다 스윈튼과 마리옹 코티야르에게 돌아간 것을 보세요. 상을 탄 배우들이 타지 않은 배우들보다 객관적으로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 분야에 대해서는 더 정직한 수상이었던 거죠.

2. 시상식

존 스튜어트의 진행은 저번보다 훨씬 능숙했고 재미있었습니다. 여전히 초반엔 조금 덜컹거렸지만, 농담은 풍부했고 관객들의 반응도 훨씬 적극적이었지요. 몇몇 농담들은 날카로웠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자극적이지는 않았고요. 그리고 수상소감이 잘린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에게 광고가 끝난 뒤 다시 수상기회를 준 건 정말 '신사적인' 제스처였습니다. 앞으로 오스카 역사상 길이 남을 순간이 될 것 같아요.

마르케타 이르글로바가 수상소감도 남기지 못하고 퇴장할 뻔한 건 수상자들의 수상소감을 가차없이 끊어버리는 주최측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민첩하게 시상식이 진행되긴 했지만 좀 박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파업의 여파 때문인지 시상식은 이전보다 간소했습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호사를 부릴 핑계인 주제가상 공연도 기대보다 축소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에이미 아담스의 [Happy Working Song]은 무대가 너무 허해서 괴상할 지경이었죠. (노래는 잘 불렀습니다만.) 시상식 오프닝 클립은 귀엽긴 했지만 그렇게 깊은 인상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할리 베리식 신파 드라마는 없었지만 수상 소감은 여전히 볼만 했습니다. 하비에르 바르뎀이나 다니엘 데이-루이스와 같은 배우들에게 시상식은 그들이 왜 좋은 배우인가를 증명해주는 장소이기도 했지요. 우리 배우들도 제발 이들의 언변과 여유를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수상결과 자체였습니다. 아무리 농담이 좋고 연출이 좋아도 수상 결과가 불만스러우면 모든 게 엉망이 되지요.

3. 중계

올해 위성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시상식 전체가 인터넷으로 보는 것처럼 툭툭 끊겼죠. 뭐, 나름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즐거운 감상이었다고는 죽어도 못하죠.

OCN의 중계 태도는 여전히 나빴습니다. 능력이 없으면서 지나치게 많은 걸 하려는 습관은 여전히 남아 있었죠. 덕택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잡다한 정보를 토해내느라 정작 중요한 본시상식 장면들이 잘려나가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단 하나만 고쳐도 시상식 중계는 훨씬 나아질 수 있습니다. 이무영씨를 자르세요. 미국식 영어 발음에 대한 불필요한 집착과 오만한 허허 웃음, 빈약한 정보력과 잦은 실수 그리고 자기 실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불성실한 태도는 모두 시청자들의 짜증만 유발할 뿐입니다. 이무영씨보다 더 임기응변에 능하고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지식이 밝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제발 이무영씨만 다시 부르지 마세요.

4. 작은 영화들

위에서도 말했지만, 올해 후보작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저예산 인디영화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작품 리스트만 보면 이전에 발표되는 인디 스피릿 어워즈와 구별하기 불가능할 정도였죠.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요? 가장 안전한 답은 이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종종 아카데미상은 [타이타닉] 같은 대작에 몰표를 주기도 하고 작은 규모의 여러 영화들에게 상을 나누어 주기도 하죠. 이런 일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성향은 서서히 변해가고 있습니다. 대작과 저예산 영화의 갭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전에 아카데미 상 후보에 올랐던 중간 규모의 멜로드라마들은 서서히 사라져 가고 그 자리를 저예산의 보다 날이 선 영화들이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건 선댄스 세대의 승리입니다. 코엔 형제와 같은 인디 영화계의 젊은 감독들이 서서히 중견의 위치에 오르고 있고, 할리우드에서도 이들이 만드는 저예산 영화들을 밀어주는 것이 훨씬 실속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아카데미상과 직업적 존중을 원하는 스타 배우들을 기용하는 것도 훨씬 쉬워졌고요. 이번 후보작들도 모두 주류 할리우드 배우들을 기용하고 메이저 스튜디오에 소속된 인디 제작사들이 만든 영화들입니다. 매년 지금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들의 비중이 계속 커질 거라는 건 거의 확실해요. (0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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