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2010.03.06 11:18

DJUNA 조회 수:2821

1. 수상 결과

81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들입니다. 뉴욕 데일리 뉴스에서 가져왔어요.

- Motion Picture: "Slumdog Millionaire."

- Actor: Sean Penn, "Milk."

- Actress: Kate Winslet, "The Reader."

- Supporting Actor: Heath Ledger, "The Dark Knight."

- Supporting Actress: Penelope Cruz, "Vicky Cristina Barcelona."

- Director: Danny Boyle, "Slumdog Millionaire."

- Foreign Film: "Departures," Japan.

- Adapted Screenplay: Simon Beaufoy, "Slumdog Millionaire."

- Original Screenplay: Dustin Lance Black, "Milk."

- Animated Feature Film: "WALL-E."

- Art Direction: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 Cinematography: "Slumdog Millionaire."

- Sound Mixing: "Slumdog Millionaire."

- Sound Editing: "The Dark Knight."

- Original Score: "Slumdog Millionaire," A.R. Rahman.

- Original Song: "Jai Ho" from "Slumdog Millionaire," A.R. Rahman and Gulzar.

- Costume: "The Duchess."

- Documentary Feature: "Man on Wire."

- Documentary (short subject): "Smile Pinki."

- Film Editing: "Slumdog Millionaire."

- Makeup: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 Animated Short Film: "La Maison en Petits Cubes."

- Live Action Short Film: "Spielzeugland (Toyland)."

- Visual Effects: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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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Award winners previously announced this season:

Jean Hersholt Humanitarian Award (Oscar statuette): Jerry Lewis

보시면 아시겠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압승입니다. 작품상을 포함해 여덟 개를 가져갔지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그 뒤를 이어 상을 세 개, [밀크]와 [다크 나이트]가 두 개,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더 리더],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월-E]가 각각 하나씩 가져갔습니다. 상의 무게를 고려해보면 기술상에 상이 몰려있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보다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밀크]의 비중이 조금 더 큽니다.

다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압승에 대해 이야기합니다만,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저로서는 영화 자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압승이 효과를 노린 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군요. 얼마 전부터 이 영화에 상이 몰릴 거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고 분명 그 분위기에 회원들이 말려들긴 했겠지만 아카데미 회원들의 집단이 하나의 의식있는 주체인 것도 아니니.

그러나 할 말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닙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싹쓸이에는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생각해보시죠. 아카데미상에서 싹쓸이는 어느 경우에 일어납니까? 주로 [타이타닉]이나 [벤허]처럼 대자본이 투여된 기술집약적인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을 때입니다. 싹쓸이 영화가 받은 상의 수를 불려주는 것은 주로 기술상입니다. 그런데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연기상에 단 한 명의 배우도 올리지 못했으면서 여덟 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이들 중 상당수는 기술상이라는 거죠.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인도 배경의 영국 영화가 대자본이 투여된 할리우드 영화와 머릿수 싸움에서 이긴 겁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슬슬 영화 만드는 환경이 평준화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전엔 ‘할리우드에서밖에 못해!’라는 말을 들었던 영화들이 이제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그 질 또한 점점 높아집니다. 할리우드의 독점이 사라지는 거죠. 이럴 때 할리우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끌어안아 포섭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과도기입니다. 비교적 돈과 전문기술이 많이 드는 시각효과상이나 분장상과 같은 상들은 비교적 전통적인 할리우드 주류 영화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돌아갔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어떤 영화들이 이 상을 받으러 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개별 수상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전 케이트 윈슬렛이 드디어 여우주연상을 받아 안심을 했습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데보라 카처럼 호호 할머니 때 나와 공로상이나 받고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윈슬렛의 나이는 서른 셋. 첫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기엔 딱 좋은 나이입니다. 배우나 팬들 모두 지금쯤 여유가 생겼을 것이라 봅니다.

다들 예상했던 것이지만 히스 레저의 남우조연상 수상도 좋았습니다. 하긴 안 줄 수도 없었을 겁니다. 유족들을 할리우드까지 불러다 놓고 다른 배우에게 상을 준다면 최악의 안티 클라이막스였겠죠. 하여간 좋은 쇼였고 아깝게 죽은 젊은 배우를 향한 멋진 작별 인사였습니다.

숀 펜의 경우는 뭐라고 말을 할 수 없군요. 좋은 배우이니 [밀크]의 연기도 좋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전 [더 레슬러]으로 극적으로 재기한 미키 루크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면 더 멋진 쇼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던 겁니다. 숀 펜은 이미 상을 한 번 받았으니까요.

2. 시상식

체질 개선의 시도가 보이는 시상식이었습니다. 일단 스탠드업 코미디언 위주였던 호스트 자리에 뮤지컬 경력이 있는 영화배우인 휴 잭맨을 투여했습니다. 농담들은 상대적으로 줄었고 쇼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시상 자체도 비교적 빨랐습니다. 한 팀의 시상자들이 여러 상을 커버하는 경우도 늘어났고요.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봅니다.

휴 잭맨에 대해서 이야기하라면 전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할 겁니다. 오프닝의 뮤지컬은 훌륭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왔던 것들 중 가장 좋았다고도 할 수 있어요. (두 번째 나온 뮤지컬 쇼는 지나치게 길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음새가 보이는 짜깁기 형식이어서 조금 맥이 풀렸지만요.) 농담의 수는 대폭 줄었지만 잭맨은 그것들도 훌륭하게 해치웠습니다. 호스트로서 그의 비중이 줄었다고 불평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 호스트들은 오프닝 이후 그렇게까지 할 일이 많지 않잖습니까? 바뀐 시상식의 성격과 그가 나온 쇼의 비중을 고려해보면 역할이 작았다고는 말을 못합니다.

가장 눈에 뜨이는 시도는 연기상을 시상할 때 다섯 명의 과거 수상자들을 불러 후보들을 예찬하게 한 것이었습니다. 형식 자체는 꽤 느끼한 편입니다. 몇몇 수상자들도 그냥 민망해 하는 것 같았고요. 하지만 다들 실력 있는 배우들이고 자신을 어떻게 포장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들이라 종종 그 결과는 형식의 민망함을 넘어섰습니다. 리처드 젠킨스나 멜리사 리오처럼 후보에 오르는 것 자체가 승리인 사람들도 있었으니 나름 좋은 시도였다고 해야겠죠. 하지만 계속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회용 서커스로 족해요.

올해의 쇼라. 각본상의 형식을 시상식에도 그대로 도입한 티나 페이와 스티브 마틴의 코미디는 훌륭했습니다. 휴 잭맨이 노래하는 동안 갑자기 앤 해서웨이를 끌고 나와 쇼에 심은 장면도 기억나는군요. 짧은 영어로도 얼마든지 원어민들을 능가하는 연설을 할 수 있는 걸 보여준 [La Maison en Petits Cubes]의 감독도 인상에 남고요.

3. 중계

올해부터는 OCN에서 아카데미를 중계하지 않습니다. 낮은 시청률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하긴 월요일 오전부터 하는 4시간짜리 외국 행사가 시청률이 높으면 오히려 이상하죠. 이전처럼 할리우드 영화에 무조건 열광하던 때도 아니고.

전 OCN 중계를 좋아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시작부터 그랬어요. 묘하게 타이밍이 안 맞았죠. 드디어 클로즈드 캡션 기능이 장착된 텔레비전을 사서 농담들을 보다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 AFN에게서 중계를 빼앗아간 게 바로 OCN이었단 말입니다. 뭐, 당시엔 DCN이었지만요. 하여간 형편없는 통역과 그보다 더 형편없는 진행 때문에 OCN은 10년 동안 정보 전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충분한 피드백이 있었는데도 그것들이 끝까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건 그냥 슬픈 일입니다. 특히 이무영씨의 경우는 어쩜 그렇게 작정하고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었는지 신기할 뿐입니다.

그럼 우린 어떻게 중계를 봤을까요? 인터넷을 이용했지요. 아프리카와 저스틴 TV를 통해서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 저스틴 TV라는 사이트가 있다는 걸 아카데미 시상식 바로 며칠 전에나 알았습니다. 둘 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더군요. 음질과 화질은 개떡 같았지만 필요한 정보들을 얻기엔 충분했습니다. 인 메모리엄과 같은 행사의 경우는 조금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오히려 OCN 중계 때보다 훨씬 스트레스가 적은 중계였습니다. 제 귀에 들어오는 정보량도 OCN 때보다 많았고요.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있었다면 그건 인터넷 중계가 아니라 덜컹거리는 제 게시판이었습니다. 내년이면 좀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저에게 방송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억됩니다. 케이블, 클로즈드 캡션, HD 방송, 인터넷 중계와 같은 것들 말이죠. 10년쯤 세월이 흐르면 전 아마 이 쇼를 HD 생방송으로 보고 있을지 모르죠. (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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