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2010.03.08 22:50

DJUNA 조회 수:3789

82회 아카데미 수상자 명단입니다. 뉴욕 데일리 뉴스에서 가져왔습니다.

- Motion Picture: "The Hurt Locker."

- Actor: Jeff Bridges, "Crazy Heart."

- Actress: Sandra Bullock, "The Blind Side."

- Supporting Actor: Christoph Waltz, "Inglourious Basterds."

- Supporting Actress: Mo'Nique, "Precious: Based on the Novel 'Push' by Sapphire."

- Director: Kathryn Bigelow, "The Hurt Locker."

- Foreign Film: "El Secreto de Sus Ojos," Argentina.

- Adapted Screenplay: Geoffrey Fletcher, "Precious: Based on the Novel 'Push' by Sapphire."

- Original Screenplay: Mark Boal, "The Hurt Locker."

- Animated Feature Film: "Up."

- Art Direction: "Avatar."

- Cinematography: "Avatar."

- Sound Mixing: "The Hurt Locker."

- Sound Editing: "The Hurt Locker."

- Original Score: "Up," Michael Giacchino.

- Original Song: "The Weary Kind (Theme From Crazy Heart)" from "Crazy Heart," Ryan Bingham and T Bone Burnett.

- Costume: "The Young Victoria."

- Documentary Feature: "The Cove."

- Documentary (short subject): "Music by Prudence."

- Film Editing: "The Hurt Locker."

- Makeup: "Star Trek."

- Animated Short Film: "Logorama."

- Live Action Short Film: "The New Tenants."

- Visual Effects: "Avatar."

요약하면 [허트 로커]가 작품상을 포함해 상을 여섯 개 받았고, [아바타]가 세 개, [프레셔스]와 [크레이지 하트], [업]이 각각 두 개, [영 빅토리아],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스타 트렉 : 더 비기닝], [블라인드 사이드]가 각각 하나씩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아바타]와 [허트 로커]의 대결로 보았습니다. 이 대결구도는 [LA 컨피덴셜]이 모든 영화상을 휩쓸다가 아카데미에서 [타이타닉]에게 완패를 당한 98년의 상황을 연상시켰습니다. 하지만 당시와는 달리 올해는 [허트 로커]의 해였습니다. 그것도 거의 압승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었지요. 만약 사전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 수상결과를 봤다면 [허트 로커]가 [아바타]처럼 대자본 영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기술부분 수상작의 비중을 본다면 말이죠.

이 두 영화의 대결은 여러 모로 주목할만 했습니다. 우선 [허트 로커]와 [아바타]의 감독 캐스린 비글로와 제임스 카메론은 한 때 부부사이였고 비글로는 몇 년 전까지 카메론의 영향력 아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두 영화는 제작 규모와 흥행 성적을 보면 거의 정반대입니다. [허트 로커]는 저예산의 흥행 실패작이었지만 [아바타]는 제작 규모나 흥행 성적에서 모두 새로운 기록을 세운 영화였지요.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늘 하는 말이지만 수상작 발표 이후에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의미있는 것은 수상의 의미와 영향을 읽는 것입니다.

일단 두 가지가 보입니다. 우선 캐스린 비글로의 수상입니다. 드디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첫 여성 감독이 나온 것이죠. 마지막으로 유력했던 여성감독이 [피아노]의 제인 캠피언이었으니 그 공백이 얼마나 길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프레셔스]를 통해 최초의 아프리카 미국인 감독이 상을 받았어도 좋았겠지만 그 의미는 지금처럼 강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미 감독상의 인종벽은 몇 년 전에 이안이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상을 받으면서 깨졌으니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카데미 상이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이후 계속 인디 영화에 가까운 중저예산 영화에 작품상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나온 여섯 편의 영화들을 보면 거의 시상식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전에도 중저예산 영화들이 작품상을 받은 경우는 많았지만 지금처럼 흐름이 꾸준히 유지된 적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나올 작품상 수상작들이 모두 이 흐름에 편입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지만 한 동안 이 경향은 계속 유지될 것처럼 보입니다.

나머지 수상결과는 비교적 예측을 따랐습니다. 산드라 불록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예외적으로 보이지만 예측 가능했던 것이며 오스카적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불록은 같은 해에 (다른 영화들을 통해서지만) 래지 주연상과 오스카 주연상 모두를 수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외국어 영화상 수상 결과를 예외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예외적인 결과를 낸 건 이번 만이 아닙니다. 그 기준에서 보면 오히려 정상적이라는 거죠.

수상식 자체는 어땠는가? 이번 수상식에서도 러닝타임을 줄이려는 노력은 보였습니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야박할 정도로 짧았고 주제가상 후보작들은 불려지지도 않았죠. 하지만 10개로 늘어난 작품상 수상작 소개, 작곡상 후보작들을 음악으로 삼은 무용 공연, 손발 오골오골 주연배우 소개 같은 걸 포함하면 대단한 차이도 없었습니다. 어차피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인데 그렇게 야박하게 굴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스티브 마틴과 알렉 볼드윈의 사회는 절반만 성공했습니다. 이들에게는 몇몇 좋은 농담들이 주어졌고 둘은 모두 재미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호흡은 아주 좋은 편이 아니었으며 농담들 사이엔 갭이 보였습니다. 무용 공연은 주제가 보이지 않고 산만해서 없는 게 나았고, 주연배우 소개는 작년처럼 닭살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왜 수상작들을 10개로 늘렸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오히려 이런 건 작품상 후보작의 가치를 떨어뜨릴 뿐입니다. [디스트릭트 9]과 같은 영화들이 이렇게 후보에 오른다고 이 영화에 어떤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 영화의 팬들은 벌써 후보 지명 자체를 잊어버렸을 겁니다.

인 메모리엄에서는 엄청난 실수가 있었습니다. 파라 포셋이 빠졌던 거죠. 이건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호러 영화 스페셜은 영화 선정이 지나치게 안전해서 밋밋했습니다. 타란티노에게 편집을 맡겼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꼭지는 존 휴즈 스페셜이었습니다. 그를 추모하러 나온 배우들이 다들 너무 나이가 들어 있어서 슬프긴 했지만요. 시상자들에게 주어진 가장 재미있는 농담은 티나 페이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각본가/배우의 대립관계의 묘사였습니다.

이번 시상식에서 저에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veetle의 인터넷 중계였습니다. 전 올해에도 저스틴 티비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땅콩만한 화면으로 중계를 볼 각오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웬걸. 두 번 정도 끊어졌고 몇 십 초 딜레이가 있긴 했지만 전 시상식 전체를 HD 텔레비전 보듯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십 여 년 동안 아카데미 상 시상식을 이처럼 편하게 본 적이 없었어요. 기술의 발전이란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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