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2010.02.22 13:35

DJUNA 조회 수:2692

팀 버튼에 대한 기사를 쓰는 사람들은 종종 결손 가정에서 자란 그가 명절들을 얼마나 외롭게 보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합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대해서는 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영화를 자그만치 세 편이나 만들었으니까요. 모두 이 흥겨운 축일에 서글픈 괴물들이 날뛰다가 오해받고 고통받는다는 이야기들입니다.

어린 팀 버튼은 과연 크리스마스 날 무얼하고 놀았을까요? 아마 할 일 없는 많은 아이들처럼 텔레비전에 붙어 있었겠지요. 텔레비전에서 그가 보았던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몇 안되는 종류의 크리스마스 스페셜들을 방영합니다.

리스트는 대충 고정되어 있습니다. [34번가의 기적]이나 [멋진 인생]은 크리스 마스 때마다 빠지는 적이 없는 영화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성품 헐리웃 영화들은 잠시 뒤로 미루어두기로 하죠.

이미 만들어진 헐리웃 고전 말고도 인기 있는 작품들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줄스 바스 Jules Bass와 아서 랜킨 주니어 Arthur Rankin Jr는 고전이 된 크리스마스 특집 애니매이션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마술사의 모자 때문에 생명을 얻은 눈사람이 어린 소녀와 함께 북극으로 간다는 이야기인 69년작 [눈사람 프로스티 Frosty the Snowman]입니다. 크링글 집안에 입양된 어린 소년 크리스가 산타 클로스 일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70년작 [산타 클로스가 마을에 오시네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도 마찬가지로 인기 있습니다. 동방 박사를 따라 나선 어린 소년에 대한 감명깊은 이야기인 68년작 [작은 북치는 소년 The Little Drummer Boy]도 있습니다. 베들레헴에 간 당나귀 이야기인 77년작 [크리스마스 당나귀 네스터 Nestor the Long-Eared Christmas Donkey]도 빼먹긴 싫군요.

바스와 랜킨만 크리스마스 특집들을 만든 건 아닙니다. 나가시마 키조 Kizo Nagashima와 래리 로머 Larry Roemer는 64년에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고전 [루돌프 사슴코 Rudolph the Red-Nosed Reindeer]를 만들었습니다. 거장 척 존스 Chuck Jones는 66년에 크리스마스에 대한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 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를 만들었고요.

이런 작품들이 팀 버튼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요란한 명절의 분위기가 집 밖을 떠돌고 있는 동안 방구석에 박혀서 크리스마스 스페셜들을 보았던 아이의 기분을 짐작해보세요. 결코 유쾌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랜킨과 바스의 작품들은 종종 자극적일 정도로 비극적이며 (특히 [작은 북치는 소년]이 그렇습니다) 주인공의 모험은 쓸쓸하고 힘겹습니다. 결말을 장식하는 해피엔딩 역시 명절 풍의 조용한 감상주의가 지배하고 있지요.

다시 미래로 훌쩍 뛰어 그의 크리스마스 삼부작 ([가위손], [배트맨 2],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봅시다. 특히 앞의 두 편을 보세요. 바스와 랜킨, 나가시마와 로머가 사방에서 튀어나옵니다! 그의 캐릭터들은 작은 북치는 소년 아론처럼 인간들한테서 깊은 상처를 입었고, 귀가 긴 당나귀 네스터처럼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었으며, 루돌프처럼 기묘한 모습 때문에 놀림을 받습니다. 더 서글프게도 그들에게는 아기 예수를 만날 기회도 없고, 세상 어린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줄 기회도 없습니다. 그들 자신이 비틀린 아기 예수이고 아기 납치범이니까요.

해피엔딩은 마지막에야 찾아옵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여전히 어두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에는 해피엔딩이 있고, 3부작 중 가장 밝고 희망적인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그가 어렸을 때 본 크리스마스 스페셜들을 총망라해 그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루돌프 사슴코]나 [작은 북치는 소년]처럼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며 뮤지컬입니다. 빨간 코를 한 유령 강아지 제로는 루돌프의 분신일 뿐만 아니라 그린치의 불쌍한 강아지 맥스의 분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해골머리 잭은 버튼 식 그린치입니다. 산타를 사칭하고 돌아다니며 크리스마스를 '훔치는' 그의 모험을 보세요. 표절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결말로 그는 만족했을까요? 아마 그런 모양입니다. 요새는 더 이상 크리스마스에 매달리지 않는 모양이니까요. 삼부작은 공짜 심리 치료 역할을 톡톡히 해준 셈입니다. (9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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