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다시 회상 장면. 수연이 깨어납니다. 물론 문근영은 진짜로 잤다가 일어나는 거지요. 옷장 문이 열리고... 수연은 그 안에서 목을 매고 죽은 엄마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옆에는 초록색 드레스가 걸려있고요. 입에 묻은 거품과 바닥에 구르는 병은 엄마가 죽기 전에 약도 먹었다는 증거인데, 독약 스토리가 사라진 지금은 아무 쓸모없는 설정이지요. 수연은 엄마에게 매달려 옷장을 흔들다가 그만 넘어지는 옷장에 깔리고 맙니다.

여기서 시체의 목이 꺾여있는 방향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엄마 시체의 목은 보는 방향에서 왼쪽으로 꺾여져있거든요. 하지만 깜장 귀신은 오른쪽으로 목이 꺾여져 있어요. 이 역시 옥에 티로 볼 수 있겠군요.

듀나 그 순간 수연을 구하지 못했던 모든 사람들이 잠시 정지된 상태에서 그 짧은 시간을 공유합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수연의 방에 간 사람은 은주밖에 없습니다. 은주는 쓰러진 옷장 밑에서 새의 날개처럼 파닥거리는 수연의 손을 발견합니다. 은주는 달아납니다. 참, 여기서 수연의 파닥거리는 손을 본 사람은 은주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적해야겠어요. 이걸 옥에 티로 읽느냐는 여러분 맘입니다.

여기서 은주의 심리를 읽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습니다. 과연 은주는 밑에 깔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수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혹시 그게 무현의 아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요? 만약 무현의 아내라면 죽게 내버려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요?

그래도 양심에 찔린 은주는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수미가 방에서 나오지요. 수미는 경멸을 잔뜩 담고 어떻게든 예의를 차리려는 은주를 몰아세웁니다.

여기서 은주는 아주 유치해져버립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수미보다 더 유치하지요. 한마디로 수미의 경멸에 일대일의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아무 생각도 없었음이 분명해요. 나중에 수미가 이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결코 자기에게 일이 좋게 풀릴 리가 없었을테니까요. 수미가 완전히 정신이 나가지 않았다면 은주는 정말 큰 일을 당했을 겁니다.

또 핵심적인 대사들이 나옵니다.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 "당신이랑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것보다 더 후회할 일이 있겠어? 당신이 이 집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때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서 그래. 이해해?" 여기서 일어난 모든 일들의 시작이죠. 하고나서 후회할 말은 하는 게 아닙니다.

수미는 집에서 빠져나옵니다. 이병우의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 흐르고 카메라가 롱테이크로 뒷걸음질을 치는 동안 수미는 갈대밖으로 걸어나갑니다. 이제 수미를 공범자로 만든 은주는 이층 창문을 열고 멀어지는 수미를 바라보고요. 이 장면은 영화적 요소만 따진다면 굉장한 해방감을 주는데, 이 역시 아이러니컬하다고 할 수 있지요. 이들에게 이 순간은 감금의 시작이니까요.

파프리카 그리고 수연은 언니를 부르다 죽습니다. 수연의 손이 움직임을 멈추는 바로 그 순간 수미는 뒤를 바라봅니다. 뭔가 있는데, 무슨 일이 생겼는데... 그 아이는 그게 아직 뭔지 모르죠. 분노와 불안함이 반쯤 섞인 감정으로 뒤를 돌아보던 아이는 다시 갈대숲으로 걸어가버립니다. 은주 역시 문을 닫아버리고요. 생각없이 한 짧은 말다툼이 두 사람을 탈출할 수 없는 감옥 안에 가두어버린 거예요.

드디어 영화가 끝났습니다. 엔드 크레딧의 배경은 집에 도착한 첫날 수미 혼자 저수지에 발을 담그고 있는 뒷모습입니다. 안녕히 가시길. 혹시 추가하거나 수정하고 싶은 정보가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게시판과 메일을 통해 알려주시고요. 참, [심심한 듀나와 파프리카가 ... DVD를 다시 보다] 코너의 다음 달 영화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랍니다.

듀나 남들이 들으면 고정 코너인 줄 알겠네요. 그리고 이거 정리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누구야 두시간 동안 떠들고 가면 되지만 다른 누군가는 요점 정리된 메모장 노트를 정리하고 옮기고 다듬고 다시 치고... (0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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