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 Jiu ming (2004)

2010.03.06 11:50

DJUNA 조회 수:2708

감독: Chi-Leung Law 출연: Kar Yan Lam, Angelica Lee, Andy Hui Chi-On, Raymond Wong, Kai Chi Liu, Roy Chow 다른 제목: 구명, Koma

친구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참가했다가 술에 잔뜩 취한 채 호텔 복도를 방황하던 칭은 신장을 빼앗기고 피를 흘리는 여자를 발견합니다. 칭이 용의자로 지목한 링은 알고 봤더니 칭의 남자친구를 짝사랑하는 사이였지요. 질투심에 가득 찬 링은 칭을 협박하고 스토킹하기 시작하는데, 그러던 동안 어쩌다가 장기강탈범에게 납치당한 칭을 구해주고 맙니다. 둘은 그 뒤로 친구가 되지만, 과연 칭은 링을 얼마만큼 믿을 수 있는 걸까요?

[코마]엔 두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하나는 장르적이고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다른 하나는 비장르적이고 복잡하며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첫째는 이 영화가 유명한 도시전설인 신장강탈범을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실 거예요. 어쩌다 술에 취해 호텔 방에 쓰러져 잠든 남자가 얼음이 가득 든 욕조에서 깨어나는 거죠. 누군가한테 신장이 뜯겨나간 채로요. 이미 한 번 이상 영화화된 소재지만 그래도 이런 소재를 다룬 홍콩 영화는 충분한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지요.

둘째는 이 영화가 거의 적대관계에 있는 두 여자의 아슬아슬한 우정을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연적 관계죠. 성격도, 계급도 전혀 다르고요. 결코 편하게 앉아 수다 떨 수 없는 두 사람을 묶어놓고 서로에 대한 그들의 감정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묘사하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겁니다.

영화는 어느 정도까지 성공했을까요?

첫 번째는 그냥 평균 정도는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긴 이건 적당히만 해도 보통은 되는 재료죠. 아주 메디컬 스릴러로 나가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발전할 구석이 없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유감스럽게도 거의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영화는 복선도 깔고 반전도 넣으며 어떻게든 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끌어가려 노력하지만 최종 결과물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스포일러가 노출되니 자세히는 설명 못하겠고, 그냥 제대로 된 심리묘사가 따라가기엔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사실만 밝히렵니다. 정말 아쉬워요. 제시된 설정만 봐도 흥미진진하기 짝이 없는 재료거든요. 하지만 이해도 돼요. 그만큼이나 이건 풀기 어려운 문제였어요.

[코마]는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열심히 쿨해지려고 노력은 해요. 하지만 그 노력이 작품에 반영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기엔 기술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지요. 쿨해지려고 애쓰는 발버둥 때문에 영화는 더 순진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영화의 약발이 가장 잘 통하는 관객들은 이심결과 임가흔의 팬들일 겁니다. 둘은 모두 좋은 배우들이고 연기도 잘 합니다. 그들이 보다 잘 짜여진 각본과 연출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06/03/20)

기타등등

요새 분위기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긴 합니다. 지알로 영화 장르는 이제 이탈리아보다 아시아권에서 더 가능성이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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