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윅스 노티스 Two Weeks Notice (2002)

2010.01.31 18:35

DJUNA 조회 수:3385

감독: Marc Lawrence 출연: Sandra Bullock, Hugh Grant, David Haig, Alicia Witt, Dana Ivey

평론가들이 [투 윅스 노티스]를 싫어한다면, 그건 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게 따분하기 짝이 없는 작업이기 때문일 겁니다. 관객들은 영화 포스터만 봐도 이 작품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습니다. 모르는 건 세세한 디테일 뿐이죠. 주인공들의 직업이나 그들을 둘러싼 기초적인 상황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 평론가들의 비평 역시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신선하게 굴려고 노력해봐도 이런 영화들에 대한 비판은 뻔하기 마련이니까요. 그게 호의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요.

[투 윅스 노티스]는 전혀 다른 성격과 배경을 가진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입니다. 여자는 리버럴한 변호사이고 남자는 방탕한 부자입니다. 여자가 코니 아일랜드의 구민 회관을 보존하기 위해 그를 찾아오면서 둘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남자는 구민 회관을 미끼로 여자를 자기 변호사로 고용하고 여자는 한동안 그의 괴팍한 성격을 견뎌내며 일하지만 결국 막판에 사표를 내죠. 여자가 회사를 진짜로 그만둘 때까지 2주일 동안 둘은 아웅다웅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둘 중 하나가 고백하고 그게 또 키스로 이어지고 어쩌고 저쩌고...

영화는 두 명의 스타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산드라 불록과 휴 그랜트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만큼만 연기합니다. 불록은 활달하고 꾸밈없는 여자 주인공이고 그랜트는 맹하고 주책맞은 영국인 부호고요. 이 두 배우는 처음 만나는 것이지만 두 사람의 이미지가 워낙 확고하니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문제는 그 결과가 좋으냐 나쁘냐인데, 이들은 대충 호흡이 잘 맞는 편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이 두 배우들일 거예요.

각본은 심심합니다. 철저하게 예측가능한 이야기라는 건 이미 관객들도 알고 왔지만 그래도 디테일의 개성은 남아야 보는 맛이 있겠죠. 하지만 각본은 별다른 애정없이 기초 공식만 따라갈 뿐 특별한 무언가를 더하지는 못합니다. 심지어 공식도 충분한 힘을 들여 살려내지 못하죠. 예를 들어 삼각 관계의 축으로 등장한 준 카터는 제대로 활용된 것 같지 않습니다.

[투 윅스 노티스]는 맥도널드 햄버거 같은 영화입니다. 이미 맛이 어떨지 아는 재료들을 특별한 요리 과정 없이 조립해서 내놓은 기성품이죠. 이걸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가볍게 점심 한끼 때우기 위해 햄버거를 선택할 때가 있는 것처럼 별 생각 없이 두 시간을 편하게 보내기 위해 영화관을 선택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03/02/11)

★★☆

기타등등

엔드 크레딧 뒤에 아주 짧은 쿠키가 있답니다. 그냥 인사 엽서 정도로 생각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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