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 Push (2009)

2010.04.18 20:04

DJUNA 조회 수:5009

감독: Paul McGuigan 출연: Dakota Fanning, Camilla Belle, Chris Evans, Djimon Hounsou, Ming-Na, Cliff Curtis, Hal Yamanouchi, Lu Lu

20세기 중반엔 정말로 초능력으로 뭔가 대단한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소련과 미국 모두 거기에 대한 실험을 했고... 아마 그들 이전에 나찌가 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흐지부지한 상태입니다. 충분한 결과가 안 나왔죠. 물론 음모론자들은 정부가 실제 실험 결과를 감추고 있고 지하에서 초능력자들의 군대를 돌리고 있을 거라고 말하겠지요. 전 이 주장을 반박할 능력이 없습니다.

[푸시]의 아이디어는 초능력이 정말로 쓸만하고 이런 초능력자들을 관리하는 기관이 진짜로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관의 이름은 디비전입니다. 근데 솔직히 전 이들이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맥거핀으로 사용되는 초능력 강화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영화에 따르면 초능력을 강화시키지만 대부분의 초능력자를 죽이기도 한답니다. 그렇다면 애꿎은 초능력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대신 그 약을 대신할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래를 읽을 줄 알고 사람 마음을 조종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면서 그들의 인권과 복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괴상하지 않습니까? 이들은 아주 형편없는 조직입니다.

하여간 디비전은 수많은 초능력자들을 관리하고 있고 이들은 모두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와처는 미래를 봅니다. 푸셔는 사람 마음을 조종합니다. 무버는 초능력으로 물건들을 움직입니다. 스니프는 냄새로 사람을 추적합니다. 스티처는 사람의 몸을 치료하거나 망칩니다. 섀도우는 스니프로부터 사람들을 감출 수 있습니다. 와이퍼는 사람의 기억을 지웁니다. 쉬프터는 물건의 모양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블리더는 소리로 물건을 파괴하고 혈관을 터트립니다. 영화에는 이 모든 사람들이 다 나옵니다. 일종의 초능력 백화점인 셈입니다.

이들 중 정말로 재미있는 건 와처와 푸셔입니다. 나머지들은 그냥 일회용 눈요기에 불과합니다. 무버들을 이용하면 사람들을 날리는 액션 장면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무버 주인공 닉이 악당과 맞서 싸우는 장면을 보면 '이게 그냥 주먹질과 다를 게 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니프나 블리더 같은 초능력자들도 드라이버나 망치와 같은 도구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영화도 와처와 푸셔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와처는 미래를 보지만 미래를 보는 그 행위 자체에 의해 그 미래가 파괴됩니다. 푸셔는 사람의 생각을 조종하고 그 때문에 정체성과 기억의 혼란을 초래합니다. 두 초능력 모두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지요. 이들의 게임은 무척 지능적이어서 고도의 체스 게임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적어도 그것이 영화의 의도입니다.

문제는 영화가 그 체스게임을 정말로 재미있게 만들만큼 좋은 각본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앞뒤가 맞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주인공들은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고 즉흥적으로 행동한다면 와처의 예언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와처의 능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초능력이라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즉흥성은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와처인 캐시는 말을 하는 순간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그림을 의사전달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래도 정보가 전달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그런 주장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의 논리에는 엄밀함이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그리고 지능게임을 하겠다고 선언한 영화에서 이 정도의 엄밀성도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게임은 약해질 수밖에 없지요.

줄거리. 설명하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맥거핀에 의해 지탱되는 영화니까요. 키라라는 푸셔가 디비전의 실험에서 탈출해 홍콩으로 달아나고 캐시라는 와처와 닉이라는 무버가 이를 이용해 한 몫 잡으려 하거나 키라를 구출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동기는 끊임없이 바뀌는데, 와처와 푸셔가 그 계획의 중심에 있다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보다는 텔레비전 시리즈가 어울리는 각본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고 초능력이 다양하다면 보다 긴 시간을 들여 여유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편이 낫죠. 영화도 시리즈를 의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충 권선...은 아니고 징악으로 이야기를 끝마쳤지만 디비전은 여전히 멀쩡히 살아 있고 이들이 관련된 그랜드 디자인의 정체도 밝혀지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히어로스] 같은 시리즈가 떡하고 버티고 있는데 이 설정으로 텔레비전 시리즈를 만드는 건 어렵겠죠. (09/03/10)

★★

기타등등

이 사람들은 키라가 납치되는 장면을 몰래 카메라처럼 찍었다는데 지나가던 홍콩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더군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