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전편으로부터 꼭 1년이 지난 뒤에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지난 여름'은 맞는 제목이 아니죠. '지지난' 여름이라고 해야 말이 됩니다. 하지만 그러다간 그렇지 않아도 긴 제목이 더 길어지고 '아직도'라는 말과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이 사람들, 이 제목 가지고 고민 꽤 했을 거예요.


2.

[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전작의 원작자인 로이스 덩컨과도, 전작의 각본가인 케빈 윌리엄슨과도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하긴 상관있을 필요도 없겠지요. 이 영화엔 각본가의 존재가 그렇게 크지도 않으니까요.


이 영화의 내용을 요약하는 건 쉽습니다. 섬에 갇힌 주인공들이 미치광이 살인마에게 쫓깁니다. 당연히 시체들이 쌓여가고 5분마다 섬광과 함께 비명이 들리죠. 마지막에 살인마는 처단되지만 그 뒤에 또 깜짝쇼가 기다리고 있고요.


전형적인 슬래셔 무비의 공식입니다. 전작이었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보다 이 영화가 훨씬 공식에 가깝죠. 그래도 전작에는 꽤 비중이 있었던 드라마는 이 영화엔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거예요.


마치 80년대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80년대 슬래셔 무비와 다른 게 있다면 주인공들의 유명세가 훨씬 막강하다는 것 뿐입니다. 그때 같았으면 제니퍼 러브 휴이트나 브랜디 같은 애들의 유명세를 영화에 끌어들일 수 없었을 겁니다. 케빈 윌리엄슨이 남긴 유일한 흔적이라고 할까요.


3.

결국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관객의 만족도가 결정됩니다. 저희는 그렇게 대단한 슬래셔 영화광이 아니므로 만족도가 그리 큰 편이 아닙니다. 상상력없이 반복되는 쇼커 장면들은 지루하고 내용도 철저하게 예측가능해서 특별히 즐길 여지가 없는 거죠. 전편에 대해 언급하면서 장르 클리셰의 재미에 대한 예찬론을 늘어 놓았지만, 그래도 저희의 한계선은 슬래셔 팬과는 높이가 다릅니다.


그러나 80년대 슬래셔 무비 팬들은 이 영화를 전편보다 더 즐겼을 것 같군요. 영화는 더 형편없지만 더 솔직하기도 합니다. 이 장르 영화팬들이 즐겼던 그 천박한 재미를 내숭떨지 않고 보여주는 거죠. 보여주는 방법의 질이 어쨌건 간에요.


4.

열린 결말과는 달리 3편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속편이 나와도 몇 편이 나왔을 시리즈지만 제니퍼 러브 휴이트나 프레드 프린즈 주니어처럼 한참 잘 나가는 배우들이 이 시리즈에 갇힐 이유가 없습니다. 이게 80년대 슬래셔와 또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겠군요.


5.

별 하나 반이나 별 둘이 적당할 것 같군요. 하지만 이 영화가 화끈하게 하나 반을 받을만큼 확실한 싸구려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정쩡한 두 개가 맞겠어요. (99/03/12)


★★


기타등등

호러 팬이라면 제프리 콤즈가 무뚝뚝한 지배인인 브룩스로 나오는 게 반가울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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