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2010.02.13 18:17

DJUNA 조회 수:13060


1.

스필버그는 대작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닙니다. 우린 종종 그 사람이 거둔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 때문에 그가 만든 작품들이 '대작'이라고 착각합니다만, 사실 진짜 대작이라고 할만한 영화들은 얼마 되지 않지요. 그의 대표작인 [죠스]나 [E.T.]는 정말 소품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와 같은 영화들도 할리우드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큰 영화들이 아닙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스필버그의 영화라기보다는 루카스의 영화고요.


종종 그가 대작 스케일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꽤 커질만한 영화를 만들 때마다 중급의 인디 배우들을 기용하고 저예산 영화처럼 허겁지겁 찍어대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어떻게든 적절한 사이즈 안에서 자신의 터치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겠죠.


[미지와의 조우]는 어떨까요? 이 영화는 분명 대작입니다. 물론 스필버그의 기준에서 그렇다는 거죠.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건 아니고 제작비도 요새 기준으로 보면 검소한 수준이지만, 특수 효과나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는 대작의 느낌이 강하게 묻어 있어요. 하긴 소재부터가 정말 크잖아요? 영화는 지구 문명과 외계 문명이 드디어 일대일로 대면하는 그 역사적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어비스], [콘택트]처럼, [미지와의 조우]도 어쩔 수 없이 크게 태어난 영화입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가장 개인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마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20년에 걸친 긴 기간동안 계속 손을 본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평생에 단 한 번 나올 수 있는 영화입니다. [죠스] 이전의 무명 감독 스필버그는 결코 이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세계적인 거물이 된 중년의 스필버그 역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거고요. 이 영화는 어린 시절의 몽상과 열정을 잃지 않은 젊은 감독이 세계적인 대히트작을 내고 그걸 밑천삼아 그런 꿈들을 대규모로 현실화시킬 수 있었던 그 짧은 시기 안에 운좋게 만들어졌습니다.


2.

[미지와의 조우]는 UFO 현상을 진지하게 다룬 몇 안되는 영화입니다. 속설과는 달리 UFO 현상은 SF 장르에서 그렇게까지 사랑받는 소재는 아닙니다. 5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꽤 많은 UFO 영화들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 작품들도 진지하게 현상을 고찰하는 대신 냉전 공포증을 분출시키는 핑계로 UFO를 이용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UFO를 일단 실재하는 대상으로 다루고 현상을 될 수 있는 한 충실하게 재현하려고 합니다. 그건 현상에 대한 그 자신의 믿음과 연결되어 있기도 할 것이고 고문으로 참가했던 앨런 하이네크의 영향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영화의 분위기는 거의 종교적입니다. UFO 종파가 종종 의사 종교의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지만 그 때문은 아닙니다. 이런 식의 조우를 다룬 많은 작품들은 대부분 종교적이니까요. 단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신학자와 사제의 눈을 통해 본 종교를 보여준다면 [미지와의 조우]는 일반 평신도의 눈으로 그 종교를 보여줍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부족한 설명 속에서도 거대한 계획과 지성의 흔적을 보여주지만 [미지와의 조우]에서 외계인의 의도나 계획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UFO를 목격한 뒤 주인공 로이 니어리의 내면 세계가 어떻게 바뀌었느냐입니다. 그러고보면 UFO 현상은 꽤 평등한 경향이 있습니다. 외계인과 만나기 위해서는 꼭 저명한 물리학자일 필요도 없고 우주 비행사일 필요도 없으니까요. 별빛은 우리 모두에게 쏟아집니다.


3.

[미지와의 조우]의 클라이맥스는 와이오밍의 악마의 탑에서 지구인들과 외계인들이 처음으로 1대1 대면을 하는 장면입니다. 사실 그때까지 끌어온 모든 이야기가 이 클라이맥스 장면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악마의 탑 장면은 거대한 빛의 서커스입니다. 굉장히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외계인들이에요. 그냥 내려와 할 일만 하는 대신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기 수십 분 전부터 장대한 에어쇼를 보여줍니다. 온갖 다양한 우주선들을 다 선보이고 종종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사운드까지 곁들여 가면서요.


솔직히, 진짜 외계인들이 이랬다면 나중에 고향별에 들어가서 괜히 미개인 앞에서 폼잡았다고 온갖 놀림을 다 받았겠지만, 우린 그런 데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외계인들이야 자기 일에나 신경 쓰라죠.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 느끼는 경외의 감정입니다.


악마의 탑 장면은 거대한 오페라와 같습니다. 스필버그는 무언가 거대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묘사할 뿐 아니라 그런 사건이 개별 주인공들과 관객들에게 끼치는 정서적 영향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것이야 말로 그가 평생동안 추구했던 것이죠. 그리고 [미지와의 조우]는 그런 시도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현대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특수 효과는 다른 의미에서 감동적입니다. 당시 특수 효과의 영역은 비교적 좁았습니다. 스필버그가 동원한 효과들은 대부분 모션 콘트롤 카메라를 사용한 초보적인 것들이었죠. 하지만 그런 특수 효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날로그 분위기와 특수 효과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스크린 사방에 뿌려대는 빛은 영화에 푸근하고 인간적인 질감을 부여합니다. 아마 그가 요새 기술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처럼 깊은 느낌을 주지는 못했을 거예요.


4.

[미지와의 조우]는 꽤 버전이 많습니다. 첫번째 개봉된 버전은 마감일자에 쫓기며 허겁지겁 편집한 버전으로, 스필버그는 그 버전이 미완성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80년에 편집을 다듬고 새 장면들을 추가한 특별판이 나왔습니다. 그 뒤에 가장 긴 텔레비전 방영 버전이 나왔고 마지막에는 최근 DVD 버전이 나왔지요. 이 버전에서는 특별판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지만 제작자들의 요구를 따르느라 특별판 후반부에 추가한 우주선 내부의 장면은 삭제하고 있습니다. (02/01/10)


★★★★


기타등등

앨런 하이네크가 악마의 탑 장면에 카메오로 나옵니다. 젊디 젊은 랜스 헨릭슨의 모습도 놓치지 마시고요. 


감독: Steven Spielberg 출연: Richard Dreyfuss, Melinda Dillon, François Truffaut, Teri Garr, Bob Balaban, Cary Guffey


IMDb http://www.imdb.com/title/tt007586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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