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뱀파이어 The Little Vampire (2000)

2010.03.05 10:46

DJUNA 조회 수:4068


듀나 [리틀 뱀파이어]의 원작은 독일의 아동문학가 겸 화가인 앙겔라 좀머-보덴부르크가 쓴 동명의 히트 동화 시리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시리즈는 지경사를 통해 [꼬마 흡혈귀]라는 제목으로 10편까지 출판되었지요. '괴기 명랑 소설'이라는 요란한 딱지를 붙이고 말이에요.


파프리카 맞아요. 그 책들 꽤 많이 사들였죠? 언젠가 지점토로 거기 나오는 흡혈귀 꼬마 안나의 인형을 만들지 않았어요?


듀나 그 지점토 인형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다신 그렇게 못 만들 것 같은데... :-(


하여간 이 시리즈는 독일어권에서 대단한 히트였습니다. 여러 차례 텔레비전 시리즈로 만들어졌고 뮤지컬까지 나왔지요. 오늘 다룰 영화도 할리우드 영화이기는 하지만 독일 자본으로 만들어진 거나 다름 없는 영화입니다. 감독인 울리히 에델도 독일인이고요.


파프리카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토니는 미국인이고, 영화의 무대는 스코틀랜드입니다!


듀나 그 정도의 개작은 어쩔 수 없지 않겠어요? 어차피 유럽 어느 나라여도 상관 없는 이야기이니까 영어권으로 무대를 옮기면 유리한 점이 많죠. 그리고 영어 번역본에서는 원래 이름들을 조금 덜 독일식으로 들리게 바꾸었어요. 루돌프나 토니와 같은 이름들은 원래 영어 번역본에서 그냥 따왔을 거라는 거죠.


정말로 크게 바뀐 건 무대가 아니라 스토리의 성격입니다. 소설은 한없이 길게 끄는 시리즈입니다. 당연히 설정이나 주인공의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각각의 책 내용도 시트콤의 에피소드처럼 자잘하고요.


하지만 영화는 사정이 다릅니다. 어떻게든 큰 이야기가 필요해요. 그래서 영화는 흡혈귀의 저주에서 벗어나 인간이 되려는 흡혈귀 친구 가족을 돕는 주인공 토니의 이야기로 변형되었습니다.


파프리카 그 때문에 캐릭터의 성격도 바뀌었지요? 특히 원작에서는 못된 구석이 다분한 주인공 흡혈귀 루돌프(원작 소설에서는 뤼디거)는 너무 순둥이로 그려졌어요. 토니(원작 소설에서는 안톤)도 원작보다 훨씬 어린 아이고요.


전체적으로 영화는 할리우드 가족 영화의 분위기에 맞추려고 조율한 느낌이 강합니다. 원작 소설은 그렇게까지 도덕적으로 안전한 작품은 아니었잖아요. 소설 속의 흡혈귀들은 정말로 사람들의 피를 빨고 다닙니다. 그 때문에 좀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어요. 원작이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건 그런 전도된 가치관이 주는 매력 때문이었으니까요.


듀나 원작과 가장 가까운 캐릭터는 루돌프의 동생 안나가 아니었나요? 정말 생긴 것이랑 하는 짓이랑 원작과 똑같아요. 구식 로맨스 소설 주인공처럼 '기사도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도다!'를 외쳐대거나 루돌프랑 이야기하느라 신경도 쓰지 않는 토니에게 열심히 연애시를 읊어주거나 하는 장면들을 보세요.


루돌프와 안나의 엄마 아빠도 훨씬 얌전하게 변형되었죠. 하지만 리처드 E. 그랜트와 앨리스 크리지가 흡혈귀 커플을 연기하는 걸 보는 기분은 정말 좋더군요.


파프리카 원작의 주인공 안톤과는 별로 닮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파워가 센 배우는 조나단 립니키입니다. 대단한 연기를 할 만한 구석은 없는 역이지만 여전히 너무 귀여워요. 그냥 말 없이 달릴 때도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걸요.


듀나 [리틀 뱀파이어]는 즐거운 가족 영화입니다. '흡혈귀 친구'라는 설정이 할리우드 가족 영화의 공식과 수상쩍게 마주치며 종종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견뎌낼 수 있습니다.


파프리카 영화화되면서 중부 유럽 풍의 분위기가 사라진 게 좀 아쉬웠습니다. 독일 배경이 더 어울리는 시리즈였으니까요. 스코틀랜드는 아무래도 흡혈귀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같은 섬이라도 조금 아래로 내려갔으면 더 나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들도 사정이 있었겠지요. (01/07/18)


★☆


기타등등

앙겔라 좀머-보덴부르크의 작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그 사람의 공식 홈페이지에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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