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 크리스토 The Count of Monte Cristo (2002)

2010.03.22 00:06

DJUNA 조회 수:4563


[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배반당한 한 남자가 그들에게 멋진 복수를 한다는 거죠. 이처럼 간단한 등뼈에 의지하면서도 천 페이지가 넘어가는 대작을 쓸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알렉상드르 뒤마라는 탐욕스러운 연재 소설 작가가 얼마나 소재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이런 종류의 복수극에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닙니다. 복수의 과정이지요. 그리고 알렉상드르 뒤마가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그렸던 건 정말로 호사스럽고 맛있는 복수의 정찬이었습니다. 독자들은 이 복수가 아무리 길게 끌어도 상관 없었지요. 아니 반대로 그들은 이 맛있는 정찬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사람들에게 이 길고 긴 책의 길이는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 느긋한 복수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복잡한 스토리를 2시간 안쪽의 영화에 밀어넣을 수 없었으니까요. 해결책은 얼마 없었습니다. 리처드 체임벌린 주연의 영화처럼 초고속 다이제스트 버전을 만들거나, 영화를 포기하고 미니 시리즈를 만들거나.


케빈 레이놀즈의 [몬테 크리스토]는 제3의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 영화의 각색자 제이 월퍼트는 당테스가 모함 당하고 투옥되고 탈출하는 부분까지는 대충 적당히 원작을 따랐지만 그가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복수하는 부분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썼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책 읽었다고 사기칠 생각은 하지 마시길. 금방 들통날 겁니다.


이런 개작 덕택에 영화는 비교적 덜 다이제스트처럼 보입니다. 극장용 영화치고는 샤토 디프 장면이 상당히 긴 데도 스토리 흐름은 꽤 넉넉해요. 충실한 각색을 포기하고 얻은 자유 덕택에 그럴싸한 검술 장면도 들어갈 수 있었고요.


그러나 제이 월퍼트는 아무리 기를 써도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그 때문에 일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쓸데 없는 악역 도를레악을 제외하면 샤토 디프 탈출 장면까지는 그럴 듯 합니다. 하지만 일단 당테스가 탈출에 성공하면서부터 재미가 떨어져요. 월퍼트가 새로 써낸 음모는 뒤마의 것보다 훨씬 덜 재미있고 복수의 쾌감도 덜합니다. 게다가 몇몇 장면들은 꼭 [프리텐더 제로드]의 19세기 버전 같단 말이에요. 영화의 원수들이 원작에서만큼 성공한 거물들이 아니라서 흥도 떨어지고요.


배우들은... 완벽하게 성공한 캐스팅은 파리아 신부 역의 리처드 해리스 같습니다. 짐 카비젤은 당테스 역을 할 때는 괜찮은데,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 넘어가면 가장한 어릿광대 같습니다. 가이 피어스는 적당히 그럴싸한 악당이지만 각본 때문인지 지나치게 캐릭터의 '사악함'을 설명하려 하는 것 같고요.


[몬테 크리스토]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종종 앞뒤가 맞지 않고 대사는 유치찬란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더 흥겹기도 해요. 빈정거리지 않고 봐도 꽤 좋은 장면이 많기도 합니다. 후반부의 마지막 결투 장면 같은 건 짧지만 잘 짜여졌지요. 제가 원작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이 영화를 봤다면 조금 더 호의적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떻게 원작을 알면서도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02/02/20)


기타등등


파리아 신부가 교재로 사용한 책들은 다 어디서 온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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