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림 2 Scream 2 (1997)

2010.02.06 19:35

DJUNA 조회 수:3380

감독: Wes Craven 출연: Neve Campbell, Courteney Cox, David Arquette, Jamie Kennedy, Jerry O'Connell, Sarah Michelle Gellar

1.

[스크림]은 기념비적인 영화였습니다. 기법적으로 엄청나게 대단했던 것도 아니었고 엄청나게 새로운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장르 법칙을 경쾌하게 가지고 놀며 휘두르는 케빈 윌리엄슨의 각본은 정체되어 있던 호러 영화 장르에 새로운 피를 불어 넣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스크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채운 영화들은 또다른 종류의 진부한 영화들이었습니다. 그 진부함 자체를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만 요란한 등장치고는 그냥 그랬지요. 적어도 [스크림]류 공포 영화 중에서 [스크림]만큼 성공적인 작품은 없었습니다. 아류작들은 스타일과 배우를 훔쳤을 뿐, 정작 알맹이는 건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요. [스크림]은 쉽게 반복될 수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게 메타 장르 영화의 한계지요. 한 번 때리면 엄청나지만 두번째부터는 아무래도 진부해지기 마련입니다.

2.

[스크림 2]는 어떨까요? 적어도 이 영화는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케빈 윌리엄슨이 각본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한바탕 윌리엄슨 식 수다를 떨 수 있는 새로운 주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이 영화가 속편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속편은 호러 세계에서는 없어선 안될 존재들입니다. 이 정도면 수다를 떨 충분한 공간이 마련됩니다.

게다가 전편의 사건이 [Stab]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나왔기 때문에 전편을 가지고 놀 수도 있습니다. 트릭 면에서는 호러 영화를 보는 살인마를 다루었던 전편을 능가한다고도 할 수 있죠. 주인공들이 상황의 클리셰를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편을 '영화로' 보고 평까지 해대니까요.

3.

그러나 [스크림 2]의 메타 장르적인 특성은 뜻밖에도 그렇게 뚜렷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영화는 아이디어가 제공한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살육과 잔혹도는 증가했지만 지적인 촌평들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액션과 촌평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편에서 연쇄 살인의 동기와 방식은 철저하게 호러 영화 장르의 법칙에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살인범(들)은 영화의 속편 특성을 그렇게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정통적 동기의 삽입은 영화를 더욱 '진지하게' 만들었고요.

살인의 '카피캣'적인 특성을 더 강화하고 '속편'에 대한 집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더라면 더 [스크림]다웠겠지요. [스크림 2]는 본편과는 달리 너무 '진지합니다.'

4.

살인범의 정체도 그렇게 훌륭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정체를 알아맞추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잘 숨겨서가 아니라 너무 구석진 곳에 있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마무리의 균형이 흔들리지요.

각본가인 윌리엄슨의 탓이긴 합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윌리엄슨만 나무랄 수는 없겠지요. 인터넷에 범인의 진상이 드러났네 어쨌네 하는 소동 때문에 촬영 도중 범인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니까요.

사실 영화의 마무리는 원래 각본이 훨씬 낫습니다. 1번 범인의 정체가 비교적 쉽게 드러나지만 어느 정도 각인된 인물이라 살인범이라는 '위치'에 어울리고, 비교적 약한 2번 살인마도 머릿수 계산의 트릭을 이용해서 충분한 충격을 줍니다. 코튼도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된 편이고요.

뭣하러 바꾸었는지 모르겠어요. 전편의 성공이 뜻밖의 범인 때문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어차피 범인을 모른 채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정보 따위엔 신경도 안 쓰는 법입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림 2]은 썩 재미있는 호러 영화입니다. 여기선 윌리엄슨보다는 웨스 크레이븐의 공로를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깜짝 쇼'들이 그렇게 잘 먹혔던 것은 순전히 크레이븐의 노련한 솜씨가 본때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니까요. 그리스 비극의 무대와 코러스를 이용한 호러 터치도 정통적인 의미에서 좋았고요.

6.

영화 속 영화 [Stab]에서 케이시 역을 연기했던 배우는 바로 헤더 그레이엄입니다.

코트니 콕스를 의식한 [프렌즈] 언급이 둘 있습니다. 인터넷에 뜬 자기 누드 사진에 대해 게일은 이렇게 해명하죠. "그건 제니퍼 애니스턴([프렌즈]의 레이첼)의 몸에 내 머리를 붙인 거야." 그리고 [Stab]에서 듀이를 연기한 배우는 데이빗 쉼어([프렌즈]의 로스)입니다. 등장하지는 않습니다만.

[도슨즈 크릭]의 조슈아 잭슨이 또(!) 나옵니다. 영화과 학생 중 한 명입니다. (99/06/07)

★★★

기타등등

조상구의 성차별적인 번역은 여전합니다. 인간이 싫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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