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맨 The Wolf Man (1941)

2010.02.08 22:44

DJUNA 조회 수:2732

감독: George Waggner 출연: Lon Chaney Jr., Claude Rains, Evelyn Ankers, Warren William, Ralph Bellamy, Patric Knowles, Maria Ouspenskaya

[울프 맨]은 유니버설 호러 영화 전성기의 끝물을 장식하는 작품입니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미이라까지 울궈먹은 유니버설사가 마지막에 내민 괴물 시리즈의 제1편이었죠.

[울프 맨]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 영화의 줄거리에는 익숙합니다. 최초의 늑대인간 영화는 아니지만 (이미 [런던의 늑대인간]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늑대인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이야기는 대부분 이 영화를 모델로 삼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대충 줄거리를 살펴보죠.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에서 거의 20년을 지낸 탈보트 가의 아들 래리가 웨일즈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래리는 아버지의 망원경을 조작하다 동네 골동품상 딸인 그웬을 보고 반하고 그녀에게 접근합니다. 그러다 그는 늑대의 습격을 받는 그웬의 친구 제니를 구하려다 부상을 입게 되고 서서히 늑대 인간이 되어버리죠.

많은 유니버설 호러 영화들이 그렇 듯, [울프 맨]도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만들어내는 그 과장된 분위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영화입니다. 웨일즈의 안개 낀 벌판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늑대인간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영화는 특수 효과 역사에 기념비를 세운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늑대인간의 외모가 처음으로 완성된 작품이 바로 이 영화였으니까요. 잭 피어스가 디자인한 이 털복숭이 괴물은 당시까지만 해도 최첨단이었습니다. 래리가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장면의 화면 합성 트릭은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늑대인간 영화들이 따랐던 방법이었습니다.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캐다보면 예상외로 미묘한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늑대인간의 다음 희생자의 손에 별 모양이 찍히는 장면과 같은 것은 히틀러 집권 이후 도망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독일계 유태계 각본가 쿠르트 시오드막의 경험에 바탕을 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괴물 취급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쫓기는 늑대인간 주인공 래리 역시 당시 유럽계 유태인의 공포를 표현했다고 할 수 있죠. 론 체니가 연기한 래리와 아버지 존 경의 대립 역시 그리스 비극 풍의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러나 [울프 맨]은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처럼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영화는 아닙니다.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그 동안 힘이 많이 떨어졌어요. [울프 맨] 이후로 훌륭한 늑대인간 영화들이 많이 나왔고 그동안 이 장르는 스토리 면에서나 특수효과 면에서나 놀랄만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꼭 [울프 맨]을 최고의 모범으로 삼을 필요는 없어진 것입니다. 은근히 캠피한 매력으로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와는 달리 [울프 맨]은 지나치게 고지식합니다. 꼭 그게 영화 자체의 단점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01/02/21)

★★★

기타등등

[울프 맨] 역시 수많은 속편을 낳았습니다. 론 체니 주니어는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 괴물을 연기한 유일한 배우였고요. 하지만 이미 유니버설 괴물 영화 시리즈의 약발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론 체니 주니어가 주연한 속편들 중 [울프 맨]만의 속편은 없었습니다. 모두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같이 나오는 영화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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