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타운 Elizabethtown (2005)

2010.02.12 19:42

DJUNA 조회 수:3090

감독: Cameron Crowe 출연: Orlando Bloom, Kirsten Dunst, Susan Sarandon, Alec Baldwin, Bruce McGill, Judy Greer, Jessica Biel

[엘리자베스타운]의 주인공인 신발 디자이너 드루 베일러는 엉성하게 겹쳐져 있는 세 개의 영화들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첫 번째 영화에서 드루는 자기가 디자인한 운동화가 회사를 말아먹자 자살을 기도하는 실패자입니다. 두 번째 영화에서 그는 자살 직전에 아버지가 죽자 그의 유해를 가져오려는 아들입니다. 세 번째 영화에서 그는 비행기에서 만난 스튜어디스 클레어와 수줍은 연애에 빠지는 연인입니다.

이 세 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자기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드루와 클레어의 연애 이야기는 사랑스러우며, 드루의 실패담에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듬뿍 담겨있어서 보기가 좋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 이야기도 어머니 홀리의 스탠드업 코미디처럼 멋진 에피소드들을 품고 있고요.

하지만 이 셋이 묶이자 영화는 균형과 힘을 잃습니다. 드루의 미국 횡단 여행은 장례식 이야기를 도입부로 삼은 한 연애담만 있었다면 굉장히 멋진 이야기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에선 필요 이상으로 긴 에필로그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다른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지자 무척 개인적인 경험이었을 아버지의 죽음 이야기가 완전히 묻혀 버리고요. 차라리 세 편의 이야기를 따로 떼어내어 독립된 작품으로 만들었다면 경천동지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훨씬 깔끔하게 즐길만한 영화들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수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타운]은 카메론 크로우 영화의 매력을 담뿍 담고 있습니다. 그의 인간에 대한 비전은 낙천적이고, 그가 만들어낸 등장인물들은 모두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입니다. 기존 대중 음악과 영상을 섞는 그의 테크닉도 여전하며 곳곳에는 반짝거리는 코미디들이 숨어 있습니다. 단지 이 영화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조금씩 과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 그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기본 이야기가 약하기 때문이겠죠. (05/11/25)

★★☆

기타등등

개봉 전에 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에 따르면 드루의 신발은 결국 성공합니다. 그의 미래를 그렇게까지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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