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까지 2천만 마일 20 Million Miles to Earth (1957)

2010.03.15 09:57

DJUNA 조회 수:4061

감독: Nathan Juran 출연: William Hopper, Joan Taylor, Frank Puglia, John Zaremba, Thomas Browne Henry, Tito Vuolo, Bart Braverman 다른 제목: 지구에서 2천만 마일

[지구까지 2천만 마일]의 주인공은 레이 해리하우젠의 다른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사람이 아닙니다. 영화 전체를 통해 단 한 번도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금성 괴물이지요. 나중에 이미르라는 애칭이 붙긴 했지만요.

이 영화에서는 1950년대 말에 벌써 미국이 금성에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렸습니다. 우주선은 지구로 돌아오다 유성에 맞아 시칠리아 섬 근방에 추락합니다. 살아남은 건 로버트 콜더 대령과 그가 가지고 온 금성 생물의 견본입니다. 지구 대기에 비정상적으로 반응해서 엄청난 크기로 성장한 금성 괴물은 당연히 로마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해리하우젠 영화답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펙타클입니다. 콜더 대령과 '거의 의사'인 마리사의 러브 스토리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로마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괴물 사냥을 하는 용감한 미군 아저씨들도 신경 쓸 필요 없고요 (50년대 괴물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군인들을 좋아했는지 몰라요!) 우리는 그런 스토리를 핑계로 등장하는 금성 괴물을 구경하면 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세팅입니다. 영화는 시칠리아와 로마를 무대로 하고 있죠. 원래 시카고를 무대로 한 각본이었다지만 막 런던에 본부를 차린 해리하우젠에겐 가까운 이탈리아가 더 싸게 먹혔던 거죠. 그 결과 싸구려 미국 SF 영화와 이탈리아 배경이 이상한 조화를 이루는 영화가 나왔던 거죠. 특히 콜로세움을 무대로 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높고 유명한 건물이라는 것 때문에 선택했겠지만, 머나먼 이국의 행성에 끌려 와서 최후를 맞는 딱한 괴물의 마지막 무대로 콜로세움만큼 적합한 곳이 있을까요?

이미르는 여러 면에서 킹콩의 후예입니다. 이 괴물은 결코 대단한 악의가 있는 침입자가 아닙니다. 엉겁결에 끌려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허둥대는 딱한 외지인이지요. 아마 그 딱한 설정 때문에 이 괴물이 인기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미르는 이 영화에서 여러 액션을 선보이는데, 몇몇은 당시 특수 효과의 한계 때문에 조금 굳어보이긴 하지만 꽤 재미있습니다. 물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고유의 매력도 잊어서는 안되고요. 눈에 보이는 특수 효과 때문에 오히려 동작 하나 하나가 더 흥미를 끄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종종 영화는 꽤 잔인해지기도 합니다. 아마 이미르가 벌이는 직접적인 살육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우린 사람이 영화에서 죽을 때엔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동물들을 볼 때는 조금 다른 식의 감정을 느끼잖아요? 이미르가 코끼리와 벌이는 결투는 장관이지만 그 때문에 좀 처량해보이기도 합니다. (아마 진짜 코끼리라면 겁도 없이 그런 괴물에게 끈질기게 덤벼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구까지 2천만 마일]은 한 시대를 종결하는 작품입니다. 해리하우젠은 이 영화를 끝으로 그의 괴물 침략 영화 시기를 일단 접었죠. 그 뒤에도 그는 수많은 SF 괴물 영화들을 만들었지만, 해리하우젠 영화의 무게 중심은 이 영화 이후 SF 괴물에서 서서히 고대 신화로 자리를 옮겨갔습니다. [관지의 계곡]이 나오기 전까지, [지구까지 2천만 마일]은 단독 괴물에 주인공을 맡긴 마지막 해리하우젠 영화였습니다. 해리하우젠의 특수 효과가 진짜로 꽃핀 시기는 그 이후지만... 전 그래도 이 괴물 영화들의 시대가 더 호감이 간답니다. 취향 때문이겠죠. (02/07/10)

★★★

기타등등

이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은 17인을 태운 유인 우주선인데, 일체형인데다가 핵을 연료로 쓴답니다. 그것도 우주선이 금성에 착륙했다가 견본을 가지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완벽히 비밀에 붙여졌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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