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선녀 Qi xian nu (1963)

2010.03.06 12:13

DJUNA 조회 수:3406

감독: Ho Meng-Hua, Chen Yu-hsin, 출연: Ivy Ling Po, Fang Ying, Julia Hsia Yi Chiu, Violet Pan Yingzi, Kok Lee Yan, Jing Ting, Yuen Chang Saam, Yip Ching, Shirley Wong Qui Lee, Chang Li Chu 다른 제목: A Maid From Heaven

유명한 중국 설화들 중 칠선녀와 동영의 이야기라는 게 있죠. 옥황상제의 막내딸인 칠선녀가 부모의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판 효자 동영을 사랑해서 그와 결혼까지 하지만, 그만 아버지에게 들켜서 남편을 남겨두고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는 이야기요. 오늘 다룰 황매조 영화 [칠선녀]의 원작이 바로 이 이야기입니다.

[칠선녀]가 나온 건 1963년. 그러니까 같은 장르의 [양산백과 축영대]가 어마어마한 흥행성공을 거두었던 바로 그 해입니다. 어느 쪽이 먼저 기획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감독 둘에 조감독 셋, 촬영감독 네 명이 투여된 대작이라고 DVD 커버에 써 있으니 오히려 [칠선녀]가 먼저 기획되었을지도 모르죠.

영화의 줄거리는 위에 언급한 대로입니다. 하늘의 생활이 지겨워진 칠선녀는 지상세계를 훔쳐보다가 동영을 보고 내려옵니다. 동영은 생전 처음보는 여자가 남편이 되어 달라고 조르자 처음엔 거절하지만 결국 동네 지신과 홰나무 앞에서 결혼하고 말죠. 칠선녀는 주인에게 내기를 걸어 남편의 3년 노비 계약을 100일로 줄이고 임신까지 하지만 당장 돌아오라는 옥황상제의 명령을 받습니다. 칠선녀는 처음엔 거절하지만 거역하면 남편을 죽이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남편을 버리고 떠납니다. 1년 뒤 그 자리에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기고요.

DVD 커버가 뭐라고 광고를 하건, [칠선녀]는 그렇게까지 대작은 아닙니다. 드라이아이스와 세트로 구성된 하늘나라의 묘사가 귀엽긴 하지만 그냥 귀여울 뿐이고, 등장하는 배우들도 많지 않거든요. 커버가 과시하는 인력수는 이 작품의 제작과정이 그만큼 지지부진했다는 증거가 아닐는지요.

이 영화가 작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감정의 깊이가 얕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설화는 귀여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신비한 도가설화일 수도 있지만 찐한 성인 로맨스의 재료는 되어주지 못하죠. 이야기가 칠선녀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동영이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그래도 귀엽다면 참 귀여운 영화입니다. 동영 역을 여자 배우인 능파가 맡은 것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겠죠. 능파의 목소리 연기나 표정은 그 어떤 때보다도 여성적이고 어린아이 같습니다. 특히 놀라거나 당황해서 만화주인공처럼 입을 동그랗게 딱 벌릴 때는요. 어떻게 진짜 성인 여성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이 나올 수 있는지 몰라요. 칠선녀 역의 방영은, 낙체와 달리 '가녀리고 예쁜' 외모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능파 앞에서는 주도적인 연상처럼 보입니다.

두 연인이 이별하는 결말 전까지 이런 가벼움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거기까지는 동화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이 이별하는 결말에서 이런 식의 귀여움은 방해가 됩니다. 가슴 찢어지는 이별 장면이 연출되기엔 앞의 내용이 너무 발랄하고 귀여웠기 때문이죠. 하늘나라로 떠나간 아내를 외쳐부르며 발을 동동 구르는 능파의 모습도 그냥 깜찍하기만 합니다. [양산백과 축영대]의 찐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나 결말을 무시한다면 [칠선녀]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넘쳐 흐르는 오락물입니다. 하긴 모든 황매조 영화가 다들 [양산백과 축영대] 같으라는 법은 없겠죠. (05/07/22)

기타등등

방영의 연기는 괜찮은데, 립싱크가 가끔 심하게 안 맞습니다. 부족한 경험 때문이겠죠. 몇 년 뒤에 능파와 다시 공연한 [서상기]에서는 그런 문제가 없거든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