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워치 Deathwatch (2002)

2010.03.18 09:33

DJUNA 조회 수:6325

 

1917년, 서부전선의 끔찍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아홉 명의 영국 군인들이 귀환 도중 시체로 가득한 독일군 참호를 발견합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독일군 포로는 참호 안에 악마가 있다며 당장 떠나라고 경고하지만 그들은 참호 안에 머물면서 영국군과 연락을 취하려하죠. 당연히 이들에게는 점점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고...

 

[데스워치]는 두 가지 형식 실험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하나, 이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와 공포영화의 결합입니다. 둘, 이 영화는 '귀신들린 집' 장르의 변주입니다. 이 경우는 귀신들린 참호지요.

 

두가지 모두 흥미로운 시도입니다. '귀신들린 집' 장르는 늘 주인공이 될만한 새로운 장르를 찾고 있으니 죽음과 고통의 기억으로 젖어 있는 공간인 참호를 등장시키는 건 괜찮은 아이디어죠. 전쟁이라는 무대를 공포영화의 장르에 대입하는 것도 괜찮은 설정입니다. 죽음과 공포라는 소재를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데스워치]의 장점도 이런 혼성 장르의 실험에 기원합니다. 장르 관객들이라면 제1차 세계대전의 축축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귀신들린 집 영화의 장르와 연결되는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이들의 공포가 단순히 유령과 같은 공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실재하는 전쟁의 광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역시 영화에 무시하지 못할 무게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이 형식 실험은 그렇게 성공적인 편이 아닙니다. 두 가지 큰 문제점들이 존재해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제점은 이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대면해야 하는 존재는 참호안의 사람들을 미쳐서 서로를 죽이게 만드는 추상적인 악마이기도 하고 철조망으로 사람 몸을 뚫어대고 진흙 속에서 꿈틀거리며 튀어나와 희생자들을 밑으로 잡아당기는 물리적인 괴물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모두 따로 따지면 다들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함께 묶어 놓으면 문제가 발생하죠. 전 후자는 지워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공포 영화로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애를 쓴 것 같단 말이에요.

 

첫번째 문제점은 자연스럽게 두번째 문제점으로 연결됩니다. 전쟁이라는 무대가 워낙 원초적인 공포의 근원이기 때문에 장르 공식으로 공포를 끌어내는 것 자체가 사족처럼 느껴지는 거죠. 사방에서 독가스와 폭탄이 터지는 곳에서 현실적인 공포와 대면하는 사람들에게 초자연적인 악마를 소개하려면 [데스워치]가 한 것보다 더 복잡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데스워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인상적인 괜찮은 호러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 대부분은 그 기본 아이디어에만 집중해있는 듯 해요. 아이디어는 중요하지만 아이디어만으로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지요. [데스워치]는, 기둥은 근사하지만 벽이 부실한 건축물 같습니다. (03/07/16)

 

★★☆

 

기타등등

시민회관의 사운드는 정말 문제가 심각하더군요.

 

감독: Michael J. Bassett 출연: Jamie Bell, Rúaidhrí Conroy, Laurence Fox, Dean Lennox Kelly, Torben Liebrecht, Kris Marshall, Hans Matheson, Hugh O'Conor, Matthew Rhys, Andy Serkis, Hugo Speer

 

IMDb http://www.imdb.com/title/tt028630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695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