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큰 사건이 있고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 무서울 정도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냈던 작품은 뭐가 있을까요? 물론 엄청난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작품들은 대부분 정체가 밝혀지고 나선 '에이 뭐야'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죠...어차피 같은 사람이 쓰는 작품이기 때문에. 사실 웬만한 세계관이나 상황을 만들어도 작가가 말해주기도 전에 단련된 관객들은 다 알아버리는 세상이라 그런 신비감을 조성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세상이죠.


저에게 그런 느낌을 줬었던 작품을 몇개 말해보겠습니다. 아직 진행중인 작품도 포함하지만, 영원히 비밀이 밝혀질 일 없는 서피스같은 건 제외하고요. 가능한 스포 피하면서 써 보겠습니다.



1.

로스트. 1시즌의 신비스러운 느낌은 정말 본좌급이었습니다. 도대체 섬의 정체는 무엇인지, 괴물의 정체는 뭔지, 주인공들은 사후세계에 있는 건지에 관한 토론이 쏟아졌었죠. 섬의 네이티브들은 2차대전에서 살아남은 인간이라는둥, 로스트의 세계는 트루먼쇼라는둥 별별 이론이 나왔었습니다.

1시즌 마지막에 갑자기 루소가 찾아오더니 '그들이 오고있어'라는 밑도끝도없는 떡밥을 날리고 결국 내내 끌어오던 해치를 열며젖히며 끝났을땐 섬의 비밀을 알고싶어서 잠이 안올 지경이었습니다. 밝혀진 비밀은 그래도 잘 만든 수준이긴 한데 역시 1시즌의 그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그립군요.


2.프뷁.

  컴퍼니의 정체는 루시퍼를 받드는 암흑의 단체쯤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정작 밝혀지고 나니 한숨이...정체가 별거 아니라면 분위기를 끝없이 끌어올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텐데요. 뭐 꼭 흑막의 정체는 엄청나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간간이 보여주던 모습과 지금의 갭은 설명할 도리가..


3.죠죠의기묘한모험 7부 스틸볼런.

아직 그분의 정체는커녕 1차적인 보스의 정체도 제대로 안밝혀졌죠. 그분의 정체는 됐으니, 7부가 끝나면서 이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진 세계인지, 6부의 신부가 ...하려고 했던 세계가 남아있는건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9부까지 기획중이라고 하는데 작가가 세계관의 설정은 별로 드러내려 하지 않고 주인공들의 서바이벌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가능할지..화살의 기원같은건 정말 가뭄에 콩나기로 설명해주곤 했죠.


4.원피스.

사실은 이제 원피스의 정체가 뭔진 중요하지 않은 것 같네요. 차라리 20권쯤에서 터뜨려주는게 좋았을지도. 너무 판이 커졌기 때문에 원피스의 정체가 무엇이든간에 이젠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와서 원피스를 찾아내자 '그동안의 항해를 되새겨보렴. 사실 원피스는 그동안 너희가 모험해오며 쌓아온 사람들과의 인연과 동료들과의 우정이란다 멋지지않니? 와하하'라는 쪽지 하나만 발견한다면 좀...

가장 그럴듯한 가설-원피스의 정체는 나뉘어져있는 모든 바다를 하나로 연결해버리는 키거나, 쓰는대로 역사가 이루어지는 포네그리프 석판 이 둘중에 하나인거같네요. '모든것을 손에 넣는다'는 유언으로 봤을때..


5.스타워즈 1,2,3

다스베이더는 과거에 엄청난 일을 겪었을 것 같다는 제 기대는 3 단계에 걸쳐 무너졌습니다.


6.자이언트로보(지구가 정지하는 날)


열혈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들의 고성과 폴란드국립바르샤바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장엄한 BGM이 깔릴때마다 '자, 어서 감동해. 생각할 필요 없어. 넌 여기서 감동하면 돼'라고 감독이 가르쳐주는 듯한 애니메이션. 7개로 나뉘어져 나온 OVA는 모든 분야와 장르를 통틀어 역대 마스터피스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시간을 끄는 건 그야 좋지 않지만 확실한건 시간을 끌면 끌수록 각본을 손볼 시간이 많아진다는 점에선 좋은 것 같네요. 특히 마지막 7화는 대사나 표현 등을 고치고 또 고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언제 이런 애니메이션 한번 만들어 보냐는 한 애니메이터의 인터뷰가 기억나네요...

1~26화의 모든 설정, 시나리오에다 빅파이어의 정체와 목적이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있다는데 정말 있는지가 의심스럽습니다. 빅파이어의 포스는 무한대. 마지막 바벨탑의 결전은 영원한 미궁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서 괜히 손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의 작품.


7.총몽


라스트오더가 나오면서 아마도 설정이 축소됐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드는 만화. 저따위는 상상할수조차 없을 스케일을 보여주지 않을까 했었는데 우주연합의 정체와 역사가 밝혀지자 '겨우 이거였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1부에선 엄청난 스펙의 광전사몸체떡밥에 우주선에서 대규모결전을 치르려는 갈리의 회상이 있었는데 싹 갈아엎은듯. 뭐 지금생각해보면 광전사몸체는 버서커세포를 이용한 양산품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겠군요. 고철도시에서 썼기 때문에 너무 강해보였던 건지도..지금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다르고 너무 큰 스케일은 별로 필요없어서 일부러 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제임스카메론이 총몽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무산된건가요? 아니면 지금 만드는 '아바타'가 총몽을 각색한 건가요?? 원래대로라면 이미 아바타를 개봉했어야 하지만 역시 시간약속을 지킬 리 없죠;



8.키다리아저씨


키다리아저씨를 애니메이션으로 좀 보긴 했는데 결말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소설을 보면서 키다리아저씨는 대체 누굴까..목적이뭘까..주인공은 키다리아저씨가 남자라고 알고있지만 사실 주인공이 봤던건 운전기사같은거고 아마 여자일거같다..키다리아저씨가 누구건간에 설마 저놈은 아니겠지..란 생각을 했는데 후.......


9.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우라사와 나오키를 보면 풍선 불기를 좋아하는 소년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풍선을 불어도 적당히 불어야지..이미 충분히 부풀린 풍선을 잡고서도 '난 풍선을 더 크게 불 수 있어. 누구보다도 큰 풍선을 불고 말 테야' 란 생각으로 계속 풍선을 불다가 뻥 터져버려서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몬스터 때도 약간 그랬지만 20세기소년은 뒤로 갈수록 정말 고문당하는 기분...사이드라인에서 드리블을 하면서 접고, 접고, 접고, 접고, 접고 하다가 결국 드리블을 읽히고 공을 뺏겨버려서 크로스를 올리지 못하게 된 축구선수를 보는 느낌과도 같은.....또는 일대일돌파에만 관심이 있고 골을 넣는 덴 관심이 없는 그런 선수를 보는 느낌입니다.

제 친구는 이정도면 적당히 풀어주는 것 같다고 하는데 저만 답답하게 느끼는 걸까요..


10.슈퍼로봇대전 알파


제국감찰군 중 한 함대의 수장에 불과했던 유제스의 포스...시나리오의 반 이상이 지날 때까지 잠수타다가 '그거 설마 네가 한 일이냐?' '그렇다 내가 했다' '그것도 설마 네가 한 일이냐?' '그렇다 내가 했다' '설마 그건 니가 한 일 아니지?' '크크 사실은 그것도 내가 했다' ...

그리고 그 유제스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조종하던 영제...제대로만 싸우면 우주를 파괴할 수 있다는 설정의 캐릭터와 로봇들이 총집합..타임다이버 잉그램, 수없이 엃히고 설킨 페러렐월드들. 3차 알파가 나올때까지 영제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건만..

OG시리즈에선 아예 본격적으로 떡밥투척을 하는것으로 보아 바르마제국을 다시 짤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의 로봇대전에서 '오리진로우'라는 개념을 들이대는 걸로 보면 '부의무한력' '정의무한력'을 대신할 OG에 넣을 개념을 설정해둔 것 같더군요. 이번엔 제발 좀 제대로 끝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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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게시판 분들에겐 단순히 전개가 궁금한 게 아니라 뭔가 거대한 비밀을 알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작품이 있었나요?

그리고 혹시 비밀이 다 밝혀지고서도 부풀려진 기대에 부응했던 작품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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