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 En Corps (2023)

2024.01.23 15:00

DJUNA 조회 수:1797


[라이즈]는 제가 좋아하면서도 늘 아슬아슬하게 보는 소재로 시작합니다. 부상당한 발레리나 이야기예요. 주인공 엘리즈는 [라 바야데르] 공연이 거의 끝날 무렵 심각한 발목 부상을 당합니다. 같은 발레단 소속 남자친구가 다른 발레리나와 놀아나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그러겠죠.

엘리즈의 발목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이전에도 다친 적이 있는 부위이고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2년 동안 춤을 추지 못한다고 합니다. 엘리즈의 나이는 26살. 그 나이의 무용수가 2년 동안 춤을 출 수 없다면 거기서부터는 호러예요. 존재론적 호러.

발레단에서 나온 엘리즈는 방황합니다. 그러다가 남자친구와 함께 케이터링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를 따라다니며 잡일을 해요. 세 사람은 브르타뉴의 해변에 있는 저택에서 일을 하는데, 이곳은 예술가들을 위한 휴식처와 같은 곳이죠. 어느 날, 호페시 셰히터 무용단이 이곳을 찾아오고 이들과 어울리던 엘리즈는 현대무용의 열기에 휩쓸리게 돼요.

엘리즈를 연기한 마리옹 바르보는 당연히 전문 발레리나입니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수석이고요. 호페시 셰히터를 만나 현대무용에 빠지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 사실 기반입니다. 남자친구의 배신, 다리 부상과 같은 건 없었지만, 진짜로 호페시 셰히터를 만나 현대무용으로 레파토리를 넓혀 갔거든요. 그리고 그들의 작업을 영상으로 찍었는데, 그걸 연출한 사람이 이 영화의 감독 세드릭 클라피쉬입니다.

그러니까 소재, 드라마가 모두 주연배우에게 맞추어져 있는 영화입니다. 줄거리 요약만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게 없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 영화만의 특별함이 드러납니다. 춤에 대한 열망, 새로운 영역에의 도전, 그 과정의 좌절과 공포와 매혹과 희열이 거짓말 하나 섞이지 않은 육체의 언어를 통해 드러나지요.

밝고 긍정적인 영화입니다. 일단 주인공의 남자친구, 성차별주의자 사진작가와 같은 몇몇 기능성 단역들을 제외하면 부정적인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리고 발레, 현대무용, 힙합 심지어 요리까지 품는 이 예술의 연속체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화합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 이 영화의 매력과 재미가 나와요. 그걸 끌어내기 위해 부정적인 갈등 같은 걸 굳이 가져올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 본 무용소재 상업영화 중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 발레 영화라고 생각했던 [열정의 무대]가 20여년 전 영화이니 '최근 무용소재 영화'의 폭은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넓겠군요. (24/01/23)

★★★☆

기타등등
원제 [En Corps]는 [우리 함께]라는 뜻입니다.


감독: Cédric Klapisch, 배우: Marion Barbeau, Hofesh Shechter, Denis Podalydès, Muriel Robin, Pio Marmaï, François Civil, Souheila Yacoub, Mehdi Baki, Alexia Giordano, Robinson Cassarino, Damien Chapelle 다른 제목: Rise

IMDb https://www.imdb.com/title/tt1353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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