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올드 오크 The Old Oak (2023)

2024.01.23 16:03

DJUNA 조회 수:2578


[나의 올드 오크]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를 잇는 영국 북동부를 배경으로 한 켄 로치/폴 래버티 콤비의 3부작을 맺는 마지막 작품으로 홍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켄 로치의 마지막 장편영화일 거라고 합니다. 로치는 지금 87세.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죠.

제목의 '올드 오크'는 주인공 TJ 발렌타인이 운영하는 펍 이름입니다. 이 동네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은 이전에 탄광촌이었어요. 대처 정부의 탄광폐쇄 이후 몰락한 곳인데, 한국 시네필들은 이미 이 동네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 [풀 몬티], [런던 프라이드]와 같은 수많은 영국 영화가 이곳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 탄광촌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영화의 갈등은 한 무리의 시리아 난민이 이 동네에 오면서 시작됩니다. 대부분이 노동자 계급인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안 좋습니다.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들이 일종의 쓰레기처럼 난민들을 우리 동네에 버렸다' 정도로 이해하는 거죠. 그게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TJ는 난민 중 한 명인 야라와 친구가 됩니다. 야라는 영어가 능숙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TJ와 야라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는데, 시리아 난민과 마을 사람들 모두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는 무료 식당을 연다는 것이지요. 정말 소박하고 무난하고 안전한 계획인데, 이 역시 쉽게 풀리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3부작 중 가장 감상적이고 멜로드라마틱합니다. 앞의 두 편에는 있었던 단호함이 떨어지고요. 그 때문에 세 편 중 평가가 가장 낮을 수도 있어요. 영화를 보다 보면 '영감이 좀 이야기를 쉽게 푼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과연 난민과 원 거주민의 갈등이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해결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쉽게 푼다'는 로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쉬운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난민과 난민을 돕는 우리 편 사람들 대 인종차별주의자의 대립으로 상황을 단순화시키지도 않고요. 영화의 결말은 희망적이고 낙천적이지만 그 결말 이후의 상황이 밝기만 하다는 말도 하지 않지요. 무엇보다 지금의 이 동네 상황이 대처 시대 이후 영국 역사의 맥락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로치의 '마지막 영화'란 걸 생각하면 사람들의 연대를 믿고 희망을 보는 결말이 그렇게 나이브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60년대부터 활동했으며 대처 시대를 관통한 늙은 좌파 영감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마지막 영화를 찍으면서 "미안해, 너희들은 망했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럴 사람도 아니고. 아무리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여전히 연대와 희망입니다. (24/01/23)

★★★☆

기타등등
TJ를 연기한 데이브 터너는 영화 배경인 더럼 주에서 소방관으로 일하다 퇴직하고 지역의 노조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운동권 아우라가 그냥 나온 게 아니죠.


감독: Ken Loach, 배우: Dave Turner, Ebla Mari, Claire Rodgerson, Trevor Fox, Chris McGlade, Col Tait, Jordan Louis, Chrissie Robinson, Chris Gotts, Jen Patterson, Arthur Oxley, Joe Armstrong, Andy Dawson, 다른 제목:

IMDb https://www.imdb.com/title/tt1988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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