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의 1페이지 Yi ye Taibei (2010)

2020.06.22 21:56

DJUNA 조회 수:1207


요새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영화와 공간: 타이페이' 극장 기획전 상영작 중 10편을 KMDb VOD를 통해 2주간 상영하고 있지요. 이런 영화들은 상암 상영관에서 할 일 없는 노인네들과 함께 보아야 제 맛인데, 코로나 시대엔 어쩔 수 없지요. 버퍼링 문제를 경험한 사용자들이 있는 모양인데, 전 지금까지 두 편을 보는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단지 텔레비전 인터넷으로 로그인하는 게 좀 귀찮았을 뿐이지요.

오늘 본 영화는 아빈 첸의 [타이페이의 1페이지]입니다. 대만에서는 2010년 4월에서 개봉되었으니 올해로 꼭 10주년이 되었네요. 감독의 첫 장편이에요.

영화의 내용은... 카이라는 남자의 어설픈 불어 내레이션으로 시작해요. 카이의 여자친구는 얼마 전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카이는 지금 독학으로 불어를 배우는 중입니다. 카이가 공부한답시고 죽치고 있는 서점 직원인 수지가 관심을 보이지만 카이는 영 건성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은퇴를 준비 중인 조폭 두목인 바오가 카이에게 수수께끼의 물건을 배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부탁만 들어주면 공짜 프랑스행 비행 티켓이 생겨요. 하지만 바오의 조카 홍이 이 물건을 가로채려고 하고 그러는 동안 카이의 친구를 납치됩니다. 이제 카이는 수지와 함께 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타이페이의 밤거리를 뛰어다녀야 합니다...

굉장히 서스펜스 넘치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아닙니다. 첫 몇 분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이 영화에는 사람들의 목숨이 좌지우지할만한 동력을 가진 동기가 존재하지 않아요. 맥거핀으로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물건의 정체를 알기 전에도 이게 대단한 무언가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그나마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홍의 동기도 가볍고요. 이 소동극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는 카이와 수지의 로맨스도 강한 무언가가 없는 건 마찬가지죠.

이건 단점이 아니에요. [타이페이의 1페이지]라는 나른하고 귀엽고 다소 멍한 영화의 개성을 이루는 재료인 거죠. 적당히 단순하지만 선명한 캐릭터들이 거의 랜덤이라고 할 수 있는 만남을 갖고 이들은 빠르지는 않지만 경쾌한 재즈 연주와 같은 흐름을 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가 본 적도 없지만 웬지 모르게 정감이 느껴지는 타이페이의 밤거리 위에서 펼쳐져요. 보다보면 게으른 미소가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20/06/21)

★★★

기타등등
IMDb에서 감독의 차기작을 찾아봤는데, 동성애자 유부남에 대한 장편영화와 [10 + 10]에 수록된 단편을 제외하면 작품이 없었지만, 요즘 오래간만에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요.


감독: Arvin Chen, 배우: Chun-Yao Yao, Amber Kuo, Hsiao-chuan Chang, Lawrence Ko, Frankie Kao, Paul Chiang, Peggy Tseng, Tony Yo-ning Yang, Jack Kao, Linda Jui-Chi Liu, Shih-Ping Yang, 다른 제목: Au Revoir Taipei

IMDb https://www.imdb.com/title/tt1291125/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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