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2023) [TV]

2023.08.19 23:48

DJUNA 조회 수:2854


[마스크걸]을 보았습니다. 매미와 희세 작가의 동명 웹툰을 각색한 넷플릭스 7부작 미니시리즈입니다.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김용훈이고요. 원작은 안 읽었고 인터넷 정보로 원작과 미니시리즈의 차이점을 확인했습니다. 원작보다 어느 정도 순화된 버전 같더군요. 하긴 4,50년대 필름 누아르 고전 대부분도 원작을 순화한 버전이었습니다. 그 자체가 나쁜지는 모르겠고요.

외모에 자신이 없지만 사람들의 관심에 굶주린 김모미라는 여자가 주인공입니다. 모미는 낮에는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걸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생방송을 해요. 그런데 같은 회사에 다니는 주오남 과장이 모미의 정체를 알아내고 접근합니다.

이 부분까지는 [미녀는 괴로워]스러운 풍자적 코미디 같습니다. 검색해 보니 작가들은 한동안 로맨틱 코미디도 고려했었다고, 하지만 2회의 특정장면부터 로맨틱 코미디는 물건너 갑니다. 모미는 두 남자를 살해하고 성형수술로 신분을 감춥니다. 그 두 남자 중 한 명은 주오남 과장이고요. 그리고 주오남의 어머니 김경자가 복수를 맹세하고 모미를 추적합니다

드라마는 7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매 챕터마다 주인공이 바꾸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김모미로 시작했다가 그 다음에는 주오남이 뒤를 이어받는 식인데, 그러면서 앞의 에피소드와 지금의 에피소드가 엇물려요. 이런 구조는 계속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산만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세 명의 배우가 한 명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설정의 드라마잖아요. 이 설정을 살릴 거라면 이런 시도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챕터마다 새 주인공과 새 내레이션을 주면서 드라마가 그리는 세계가 훨씬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김용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비슷한 형식을 이미 실험한 적이 있지요.

앞에서도 필름 누아르 이야기를 꺼냈는데, [마스크걸]을 가장 잘 설명하는 장르는 필름 누아르입니다. 20세기 고전 필름 누아르를 구성하는 수많은 재료들이 이 드라마에 있고 그 재료는 무척 필름 누아르스러운 방식으로 엮여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 속 여자들은 모두 어느 정도 이 장르 팜프 파탈의 피를 물려 받았습니다.

거의 전적으로 여자들에 의해 지탱되는 드라마입니다. 가장 비중이 큰 남자인 주오남도 기능은 결국 미래의 시체, 복수의 동기죠. 이들을 엮고 행동하게 하는 동기 상당부분이 모성이라는 점은 조금 지루한 면이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각색 작업 중 더 그렇게 된 모양이더라고요. 외모지상주의의 풍자가 줄고 어머니 이야기가 늘었다고요. 하지만 장점을 본다면 이 작품엔 모범적인 어머니나 모성의 묘사는 전혀 없고 이 주제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전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전혀 다른 식으로 다채롭게 표출됩니다.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방식도 의미가 있어요.

만화 실사화의 가장 큰 장점을 이 드라마는 갖고 있습니다. 캐스팅이요. 고현정, 나나, 염혜란, 안재홍, 한재이, 신예서와 같은 전혀 다른 개성의 배우들이 불꽃 튀는 존재감을 발합니다. 여기에 오디션으로 뽑은 이한별이 만족스럽게 서막을 열고요. 포스터에 나온 배우들이 나올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한데, 그 기다림이 지루하지는 않아요. 계속 누군가가 나와 뭔가를 하고 있고 그게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있습니다. 그 재미가 꼭 모두의 취향이라는 법은 없겠지만요. (23/08/19)

기타등등
그렇습니다. 고현정은 염혜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감독: 이상준, 배우: 이한별, 고현정, 나나, 염혜란, 안재홍, 한재이, 신예서, 김민서, 문숙, 최다니엘, 다른 제목: Mask Girl

IMDb https://www.imdb.com/title/tt2625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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