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414 Zone 414 (2022)

2022.09.27 23:30

DJUNA 조회 수:1402


시작 5분만에 "글러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들이 있는데, 앤드루 베어드의 [존 414]가 그런 영화 중 하나입니다. 도입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냐고요. 낮이 없고 사방에서 김과 연기가 솟아나는 도시에서 터프한 남자 사립탐정이 등장합니다. 그 남자는 비트 회사라는 대기업이 소유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니 그 안에 감금되어 있는 여자를 쏴죽입니다. 그리고 두개골에서 인공두뇌처럼 보이는 기계를 뽑아내요.

이쯤 되면 이 영화가 [블레이드 런너]에서 흉내내지 않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왕 흉내내기 시작했다면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기라도 해야 할 텐데, 이 영화엔 그런 의지 자체가 거의 안 보입니다. 그냥 생기없이 40년 전 고전이 남긴 흐릿한 그림자를 따라하고 있을 뿐이에요.

내용. 위에서 언급한 남자는 데이비드 카마이클입니다. 은퇴한 형사이고 사립탐정이지요. 말론 베이츠라는 억만장자가 이 남자를 고용했습니다. 딸인 멀리사가 안드로이드들이 사는 도시인 존 414에서 실종되었으니 찾아달라고요. '안드로이드들이 사는 도시'라니 멋있게 들리지만, 그곳은 그냥 비트가 만든 로봇 매음굴입니다. 카마이클은 그곳에서 멀리사의 친구라는 로봇 제인을 만납니다. 그리고 제인은 '뭔가 특별한 로봇'이지요.

한마디로 사이버펑크 영화의 나쁜 점만 골라서 채워넣은 영화입니다. 최근 섹스 로봇 논란이 일었던 한국 SF 판에서는 이게 정말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체로 징그럽고 지저분하며 도대체 미래로 갈 생각이 없습니다. 20세기 말 남자들이 꾸었던 몽상의 찌꺼기를 다시 꾸고 있는 영화예요. 그렇다고 추리물 파트가 재미있는가. 그것도 아니고요.

영화는 마틸다 루츠가 연기한 제인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력을 딱 [블레이드 런너]에 맞추고 발전없이 글을 쓰면 그 의도가 달성되기 어렵습니다. 레이첼의 유령이 제인에게 붙어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제인이 이 틀에서 벗어나는 부분들이 있긴 합니다만, 이 단점들을 모두 만회할 정도는 아닙니다. 가이 피어스가 연기한 터프한 사립탐정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면... 이 사람은 너무 클리셰라 주변 로봇보다도 더 인공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전 가이 피어스 얼굴을 한 동안 못 알아 봤어요. (22/09/27)

★☆

기타등등
아일랜드와 세르비아에서 찍었습니다. 감독이 아일랜드 사람이고 피오눌라 플래너건을 포함한 많은 아일랜드 배우들이 나옵니다.


감독: Andrew Baird, 배우: Guy Pearce, Matilda Lutz, Jonathan Aris, Travis Fimmel,

IMDb https://www.imdb.com/title/tt854548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7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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