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제이슨 블룸은 블룸하우스 호러영화에 남자감독들만 고용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었죠. 거기에 어설프게 답변했다가 또 구박을 받았고요. 그래도 그 이후로 블룸하우스 호러가 남탕에서 벗어난 건 사실입니다. 2020년대에 나온 블룸하우스 호러 영화들을 보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여성 감독의 이름이 꽤 보여요.

[프레디의 피자가게]의 감독도 여성입니다. 엠마 태미라고요. 얼마 전에 부천에서 상영한 [악마의 바람소리/더 윈드: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흥미로운 호러 서부극을 만든 사람이지요. 아쉽게도 전 이번 영화가 그렇게 좋거나 하지는 않았고, 미국에서도 비평적 성과도 그냥 그랬다고 하는데, 그래도 흥행성적이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게임 시리즈입니다. 검색해 보니 시리즈를 잇는 길고 복잡한 이야기가 있고, 이것들이 게임뿐만 아니라 세 편의 소설을 통해 확장되었다고 하더군요. 그건 원작을 모르는 (그러니까 저같은) 사람들이 '이게 뭐야?'라고 반응할 가능성이 꽤 높은 작품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라는 주인공이 폐허가 된 피자가게의 경비원으로 취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작품입니다. 고아가 된 뒤로 마이크는 거의 조카뻘인 동생 애비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데, 사회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남동생이 납치되어 실종된 뒤부터 그렇게 됐죠. 그런데 이 피자가게가 아무래도 남동생의 죽음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곳은 어떻게 봐도 정상적인 곳이 아니에요. 특히 의인화된 동물 모양의 애니매트로닉스 로봇들은요.

그 뒤로 아주 잔인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묘사의 수위는 어느 정도 조절되어 있지요. 영화는 8,90년대에 많이 나왔던 청소년 대상 호러/판타지 영화들과 많이 닮았습니다. 80년대보다는 몇 년 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가 그 때 감수성을 의도적으로 흉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의 애니매트로닉스 로봇들은 CG가 아닌 짐 헨슨 회사에서 만든 진짜 애니매트로닉스 로봇인데, 그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고.

전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 묘사를 좋게 봤지만 영화의 내용이 좀 흐리멍덩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설정이 붕 떠있다는 느낌이지요. 게임의 팬이라면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이것을 맥락 없이, 또는 최소한의 설명만으로 꺼내 놓으면 좀 부족해 보이는 설정들이 이어진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게임팬은 저와는 많이 다른 영화들을 보았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게임을 모르는 관객들'의 입장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겠지요. (23/11/21)

★★☆

기타등등
원작자가 공동각본가로 올라와 있으니, 게임의 이야기와 아주 같지 않더라도 '공식'의 인증을 받은 셈이겠지요.


감독: Emma Tammi, 배우: Josh Hutcherson, Elizabeth Lail, Piper Rubio, Mary Stuart Masterson, and Matthew Lillard,

IMDb https://www.imdb.com/title/tt4589218/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7051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