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해리 Dirty Harry (1971)

2021.04.10 23:55

DJUNA 조회 수:2712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돈 시겔의 [더티 해리]입니다. 해리 캘러한, 그러니까 매그넘 44를 휘두르며 으르렁거리는 샌프란시스코 강력계의 폭력형사 더티 해리가 등장한 첫 번째 영화지요.

연쇄살인마 영화입니다. 스콜피오라는 악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총으로 사람들을 쏴죽이면서 시에 10만 달러의 현금을 요구해요. 캘러한은 개고생을 하면서 범인을 체포하는데, 그만 미란다 원칙과 기타등등에 걸려 범인은 석방됩니다. 하지만 결국 캘러한은 스쿨 버스의 학생들을 인질로 잡은 스콜피오를 쏴죽여요. 결말까지 이야기했는데, 솔직히 다른 결말을 기대하셨나요. 사실 이 영화는 안 본 사람들도 결말을 들어서 알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지만 원래 수많은 배우들을 거친 작품입니다. 버트 랭커스터, 프랭크 시내트라, 스티브 맥퀸 등등. 다들 거절했는데, 이 영화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우파스럽다는 이유였지요. 거절한 스티브 맥퀸이 이스트우드를 추천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그 과정 중 캐릭터가 젊어졌고 더 폭력적이 되었고 더 확실하게 우파스러워졌습니다. 70년대는 이런 경찰 안티 히어로를 환영하기도 하고 혐오하기도 하던 시절이었어요.

시대가 변했고 액션 영화와 연쇄살인마 영화는 더 폭력적이 되었습니다. 지금 보면 이 영화의 물리적 폭력은 그렇게 자극적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세월과 함께 캘러한은 더 꼰대 마초스럽게 보입니다. 그 마초스러움은 스콜피오 (조디악 킬러를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를 추적할 때는 그냥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세 흑인 강도를 제합하는 장면에서는 주인공 경찰의 폭력 과시가 너무 노골적이라 솔직히 재수가 없죠. 마찬가지로, 경찰의 법적 절차 위반으로 석방되는 범죄자의 설정에는 경찰의 억울함이 지나칠 정도로 드러나는데, 미란다 원칙이 생긴 게 60년대 말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역시 시대의 반영인 것 같습니다. 요새 경찰들은 억울해 해도 캘러한처럼 억울해하지는 않겠지요.

정치적 입장이 무엇이건, 인상적인 영화임은 틀림없습니다. 폭력의 강도는 떨어졌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더 사실적으로 보입니다. 1970년대에만 가능했던 특유의 지저분한 사실주의의 터치도 인상적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스콜피오 추격전은 생생한 서스펜스가 있습니다. 당시엔 논란이 되었던 우파적 태도는 여전히 거슬리지만, 지금은 영화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당시 백인 미국 남자들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객관적인 견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후 수많은 경찰 액션 영화에 영향을 끼쳤고 패러디도 많이 되어서 지금 보면 "아, 저게 원본이구나"하는 느낌이 종종 들어요. 그리고 솔직히 유명한 특정 대사는 이후 [총알 탄 사나이]의 패러디가 떠올라, 전 아주 진지하게 들을 수가 없어요. 어쩔 수 없죠. 우리가 모든 영화를 순서대로 감상할 수는 없으니까요. (21/04/10)

★★★☆

기타등등
1. 해리 캘러한을 창조한 사람은 해리 줄리언 핑크와 R.M. 핑크 부부입니다. 물론 이런 시리즈에서 배우는 중요하지만 그래도 맨 처음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든 사람들의 공헌을 무시할 수 없지요.

2. 전 이 시리즈를 [서든 임팩트] 때부터 비디오로 챙겨보았어요. 유명한 "Go ahead, make my day" 대사는 이 영화에 나와요.


감독: Don Siegel, 배우: Clint Eastwood, Andy Robinson, Harry Guardino, Reni Santoni, John Vern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66999/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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