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몰라요 (2020)

2021.04.16 22:30

DJUNA 조회 수:3593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을 잇는 이환 감독의 차기작입니다. 그냥 다음 작품이 아니라, [박화영]에서 세계가 하나로 이어져요. 이 영화의 주인공 세진은 [박화영]의 조연이었지요. 하지만 전작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엔 아무 어려움이 없습니다.

영화가 시작될 때부터 세진은 망가져 있습니다. SNS에서 자해행위를 생중계하고 학교 선생의 아기를 임신해버렸네요. 당연히 책임지고 이 사태를 정리할 보호자는 없고요. 아이를 지우려고 집을 나선 세진은 가출 4년차인 주영을 만납니다. 이들은 또 어쩌다 보니 폭주족인 재필과 신지와 얽히게 되고요. 어쩌다 보니 이들은 세진의 낙태를 위해 힘을 합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 세진 입장의 캐릭터는 애처로운 사연을 호소하며 관객의 동정을 얻으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세진은 정반대로 갑니다. 등장 시점부터 세진은 상당히 맛이 간 상태이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게 점점 더 심해집니다. 굳이 꼼꼼하게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세진은 그냥 그런 아이이고 더 나은 무언가가 되어야 할 여유가 없는 거죠. 같은 환경에서 사는 동생 세정은 훨씬 어른스럽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는 않으니까요.

가출 이후로 영화는 [박화영]이 그랬던 것처럼 가출 청소년의 컴컴한 세계의 묘사로 이어집니다. 이 세계는 조건 없는 연대와 밑바닥 세계의 저열함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끔찍한 곳이에요. 폭력은 늘 아래로 흐르고, 억울함과 분노가 늘 삶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지점에서는 아무 상관 없는 아이들이 임신한 18살 여자아이를 그냥 도우면서 안 해도 되는 개고생을 해요. 이를 아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논리를 따르지 않고 종종 방향없이 충동적입니다. 일단 자기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세진부터가 그런 걸요.

[박화영]처럼 위악스러운 더러움을 드러내는 영화는 아닙니다. 여전히 피폐하고 암담하고 종종 이야기는 끔찍한 폭력이나 사고로 끝나지만 전작처럼 관객들의 불쾌함을 대놓고 자극하지는 않아요. 세진이 롱보드를 타는 장면처럼 거의 뮤직비디오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장면도 있고, 전체적으로 영화는 미학적으로 다듬어져 있습니다. 세진은 정말 답 없는 아이지만 그래도 세진과 주영의 관계는 그래도 숨쉴 구석이 있습니다. [박화영] 유니버스의 다음 영화가 나온다면 세진이 보다 나은 모습으로 재등장하길 바랍니다. 사실성이나 일관성을 떠나 그게 창조물에 대한 창조자의 예의인 거 같아요. (21/04/16)

★★★

기타등등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는 2020년이 배경입니다.


감독: 이환, 배우: 이유미, 안희연 신햇빛, 한성수, 이환, 류아벨, 조성하, 노수산나, 다른 제목: Young Adult Matters

IMDb https://www.imdb.com/title/tt1444039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5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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