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신부들 Laapataa Ladies (2023)

2024.05.06 11:47

DJUNA 조회 수:721


키란 라오의 [뒤바뀐 신부들]은 시대배경을 2001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건 인도의 기술환경과 연결되어 있어요. 인도 시골 마을에서는 아직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인터넷 카페는 찾을 수 있는 그런 시기입니다. 지금은 그곳 사람들도 다들 휴대폰을 갖고 있을 테니, 이 영화 속 이야기는 불가능하겠지요.

제목이 내용을 설명합니다. 중매결혼한 시골 마을 총각 디팍이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기차여행 중간에 신부가 뒤바뀝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일단 이 지방 신부들은 모두 얼굴을 가린 똑같은 붉은 신부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걸 입으면 앞사람 발뒤꿈치만 간신히 보이고요. 게다가 무슨 축일인가라서 유달리 결혼한 커플들이 많았어요. 중간에 사람이 바뀌어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신부 풀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 사람 역시 낯선 마을에 고립됩니다. 앞의 뒤바뀐 신부와는 달리 바뀐 신랑을 따라가지는 않아요. 척 봐도 끔찍한 사람인 티가 나니까요. 대신 동네 열차 역 식당을 운영하는 중년여자 만주 마이와 얽히게 됩니다.

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건 디팍이 데려온 자야에 대한 미스터리입니다. 디팍과 풀은 감추는 것이 없는 단순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자야는 속을 읽을 수 없습니다.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계속 수상쩍은 행동을 해요. 이 마을의 부패한 경찰서장은 자야를 수상쩍게 여기고 수사를 시작합니다.

단지 관객들은 자야가 정말로 위험한 범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디팍의 집에 머무는 동안 이 사람은 계속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요. 여자들에게는 숨은 가능성을 일깨우고 남자들에게는 유기농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고요. 게다가 앞에서 우린 이 사람의 남편이 얼마나 끔찍한지 봤죠. 뒤에 나오는 추가정보는 더 끔찍합니다. 그 남자의 전처는 아들을 낳지 못해 남편에게 살해당했을 수도 있어요.

당연히 영화는 페미니즘을 깔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 재료는 인도 사회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억압적일 수 있는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야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풀의 이야기도 그래요. 자야와는 달리 풀은 '좋은 아내'가 되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고 그 목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지만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안 풀은 영화 시작 때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주제는 선명하지만 온화하고 사람 좋은 영화입니다. [뒤바뀐 신부들]의 일차 목표는 대중을 만족시키는 재미있는 영화가 되는 것이니까요. 이 영화에는 정말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놓고 악당으로 설정된 몇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선량하고 마음이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제가 전주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에도 주변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키란 라오의 두 번째 감독작입니다. 첫 번째 영화 [뭄바이 다이어리]는 남편 아미르 칸이 주연이었지요. 이 커플은 얼마 전에 이혼했는데, 그래도 아미르 칸은 여전히 이 영화의 제작자입니다. (24/05/06)

★★★

기타등등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단지 언어 설정을 영어로 맞추어야 한대요.


감독: Kiran Rao, 배우: Nitanshi Goel, Pratibha Ranta, Sparsh Shrivastava, Chhaya Kadam, Ravi Kishan, 다른 제목: Lost ladies

IMDb https://www.imdb.com/title/tt2162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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