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 챈스 2nd Chance (2022)

2022.09.23 23:35

DJUNA 조회 수:1358


리처드 데이비스는 자기 몸에 총을 196번 쏜 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살아 있다면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말이지요. 데이비스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식 방탄조끼를 발명한 사람입니다. 데이비스는 자신의 제품을 직접 실험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제품 소개를 위해 직접 홍보영화를 찍기도 했어요. 제목의 '세컨 챈스'는 데이비스가 방탄 조끼를 만들려고 세운 회사 이름이고요.

데이비스는 그렇게까지 선량한 사람은 아닙니다. 총기 금지도 반대할 걸요. 총을 엄청 좋아하고 심지어 정당방위로 강도들을 총으로 쏜 적도 있어요. 방탄조끼의 아이디어도 세 번째 강도가 쏜 총에 맞았을 때 떠올랐다고 하더군요. 데이비스는 방탄조끼의 발명을 군비경쟁의 일부로 보고 있어요. 누가 창을 만들면 그걸 막는 방패를 만들기 마련이고 이 순환은 끝없이 이어지고 데이비스의 사업도 그 일부이죠.

그래도 데이비스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입니다. 수많은 군인, 경찰들이 데이비스의 방탄 조끼를 입고 목숨을 구했어요. 경찰이었던 애런 웨스트윅도 그 중 한 명이었지요. 나중에 데이비스는 웨스트윅을 스카웃해 파트너로 삼습니다.

여기까지는 멋진 성공담인데, 이게 21세기에 들어와 틀어져 버립니다. 세컨 챈스에서 만든 신제품에 쓰인 자일론이라는 물질이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는 성질이 있다는 게 밝혀진 거죠. 회사는 이를 은폐하려고 하고 경찰 한 명이 그 조끼 때문에 죽고 애런 웨스트윅은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내부고발자가 됩니다.

라민 바라니의 [세컨 챈스]는 일단 캐릭터 드라마입니다. 데이비스는 매우 선명한 개성의 인물이고 웨스트윅과 같은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사고 방식, 행동 방식, 가치관과 같은 것들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활기를 얻습니다. 그리고 이 다른 개성은 강렬한 드라마로 이어집니다.

허구의 이야기라면 편하게 즐겼겠지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한 명 죽은 사건을 그렇게 가볍게 볼 수는 없죠. 대신 관객들은 이 영화의 윤리학에 집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컨 챈스]는 윤리적인 선택의 의미에 대해 묻는 도덕극이에요. 단지 영화는 강요하는 법이 없고 세상의 복잡성과 의외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비스는 이 영화에서 악역을 맡지만 그래도 이 남자가 자신의 발명품을 갖고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고 앞으로도 살릴 것이라는 건 분명하거든요. 생명의 은인을 배신한 웨스트윅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아이러니를 품고 있지요. 결국 세상은 단순한 옳고그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곳이고 여기서 선악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과 인관관계의 복잡함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세컨 챈스]는 아주 유용한 교본입니다. (22/09/23)

★★★☆

기타등등
라민 바라니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입니다. 단편들은 꾸준히 만들어왔지만요.


감독: Ramin Bahrani, 출연: Richard Davis,

IMDb https://www.imdb.com/title/tt1628291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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