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3 The Exorcist III (1990)

2023.10.01 23:59

DJUNA 조회 수:1187


넷플릭스에서 [엑소시스트 3]을 보았습니다. 9월 30일까지 하고 내려가더라고요. 충동적으로 봤어요. 90년대에 비디오로 한 번 본 적 있는데, 그 뒤로는 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된 화면비율로는 처음 보는 거죠.

키노라이츠에서 '엑소시스트'를 검색하면 영화만 16편이 걸리는데, 지금까지 개봉된 영화 중 [엑소시스트]의 정식 시리즈에 속한 건 다섯 편입니다. 일단 오리지널인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가 있고, 존 부어먼이 감독했다 말아먹은 [엑소시스트 2]가 있으며 원작자인 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감독한 이 영화 [엑소시스트 3]이 있지요. 그 뒤에 프리퀄이 두 편이 나왔는데, 사실은 같은 영화의 다른 버전입니다. 제작사가 프리퀄을 찍던 폴 슈레이더를 해고하고 레니 할린을 기용해 만든 게 [엑소시스트 4 - 비기닝]이고 나중에 따로 개봉된 슈레이더 버전이 [엑소시스트 5 - 오리지널 프리퀄]이죠. 데이빗 고든 그린이 감독한 [엑소시스트; 믿는 자]가 곧 나오는데, 이 영화는 속편이고 (2편과 3편의 내용을 얼마나 담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삼부작의 첫 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2016년에 역시 앞의 속편들을 대체로 무시한 [엑소시스트] 텔레비전 시리즈가 속편으로 나왔지요. 그러니까 사이가 별로 안 좋은 시리즈입니다. 일관성도 없고. 오리지널 본편을 제외하면 다들 서로를 외면하고 있고.

조금 더 엄격하게 따진다면 [엑소시스트 3]는 [엑소시스트 2]보다 정파입니다. 2편은 프리드킨도 블래티도 개입하지 않았죠. 하지만 [엑소시스트 3]은 처음부터 블래티의 아이디어로 출발했고 프리드킨도 잠시 개입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사정이 생겨 제작이 늦어지자, 블래티는 [Legion]이라는 제목의 속편 소설을 썼고 이게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그리고 블래티 자신이 직접 자신의 소설을 각색하고 감독한 [엑소시스트 3]이 나왔어요.

[엑소시스트 2]가 리건 쪽 이야기를 따른다면, [엑소시스트 3]은 1편의 조연인 킨더먼 형사와 다이어 신부를 따릅니다. 배우들은 모두 바뀌었어요. 전편에선 리 J. 콥과 윌리엄 오말리 신부였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조지 C. 스콧과 에드 플란더스가 그 역을 하고 있죠. 킨더먼 형사는 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그 사건들은 15년전에 처형된 제미니 살인범의 카피캣 범죄처럼 보이는데, 범인은 오로지 경찰만이 알고 있는 살인사건의 세부사항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거 병원에 입원 중이던 다이어 신부도 그 범죄의 희생자가 되지요.

여기까지는 추리물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초자연현상이 개입됩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병원에서는 1편에서 죽은 카라스 신부처럼 생긴 환자가 있는데, 제미니 살인범의 영혼이 처형 직후 카라스 신부의 육체 속으로 들어갔던 거죠. 그리고 이 모든 일을 꾸민 존재는 복수심에 불타는 1편의 악마였어요.

2편보다는 조금 나은 평을 듣는 영화지만 그렇게 재미있거나 잘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실성인 거 같아요. 1편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럴싸함이었습니다. 뭔가 있긴 있는 것 같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실화 기반의 영화였지요. 그리고 블래티와 프리드킨은 신과 종교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고 정신의학 전공자인 신부를 주인공으로 삼아 갈등을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 어느 것도 없습니다. 일단 죽은 신부의 몸에 들어간 살인자의 영혼이라는 소재는 너무 장르적이에요. 죽은 카라스 신부와 주변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악마는 좀 시시해 보이고 너무 인간적이라 오히려 믿음이 안 갑니다. 킨더먼은 그냥 추리물의 탐정이라 영화의 종교적인 주제를 그리 잘 살리는 것 같지 않고요. 그냥 무난하게 흘러가고 적당히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아무래도 가장 위대한 호러 영화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리지널과 비교하면 인상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영화는 종종 언급되는 훌륭한 호러 장면을 갖고 있습니다. 정신병원에서 간호사가 살해되는 장면인데, 갑작스러운 충격 효과로 이어지는 이 롱테이크 장면은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이런 것들이 예상 못한 영화에서 발견되기도 하죠. (23/10/01)

★★☆

기타등등
1. 개인적으로 전 [엑소시스트 2]를 그렇게 싫어하는 편이 아닌데, 다시 보면 또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2. 엉뚱한 카메오들이 있습니다. 래리 킹은 그렇다고 치고 파비오는 왜 나왔던 거랍니까.


감독: William Peter Blatty, 배우: George C. Scott, Ed Flanders, Brad Dourif, Scott Wilson, Nancy Fish with Nicol Williamson, Jason Mill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99528/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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