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2022)

2023.10.25 23:34

DJUNA 조회 수:2241


조현철의 [너와 나]는 수학여행을 앞둔 두 고등학생 여자아이의 하루를 그린 영화입니다. 이건 안전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지만, 지난 10년의 한국역사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이 단순한 문장은 결코 그렇게 읽히지 않습니다. 그건 이 정보를 가지지 않은 관객은 [너와 나]라는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세미와 하은입니다. 때는 수학여행 하루 전입니다. 세미는 하은과 관련된 불길한 꿈을 꾸었습니다. 하은은 며칠 전에 자전거에 치여 다리를 다쳤습니다. 거의 나은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수학여행에 갈 준비를 하기엔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일단 돈이 없습니다. 둘은 하은의 집에 있는 캠코더를 팔아 경비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밤이 될 때까지 여러 일들이 일어납니다. 둘은 길을 잃은 개를 만납니다. 중간에 둘은 다투고 헤어집니다. 이후 세미는 하은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푸는 탐정이 됩니다. 하은이 자전거에 치인 날 무슨 일이 있었나, 계속 하은에게 전화를 거는 건 누구인가, 그리고 하은이 좋아하는 거 같은 훔바바는 도대체 누구야.

일단 플로우가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도입부의 3분의 1은 거의 두 친구의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아이들의 대화가 대부분 그렇듯 사방팔방 튀지만 정말 생생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작은 미스터리들과 로맨스의 감정으로 계속 이어지고 발전해요. 이 모든 것들은 십대 청소년들 특유의 서투름과 활기 속에서 진행되는데, 이 그럴싸한 묘사는 감독이 입시학원의 강사로 일하며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라고요.

영화는 교훈담이며 성장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성장의 주체는 세미지요. 영화가 시작할 무렵 세미는 자신 안에 갇혀 있습니다. 친구 하은을 진짜로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감정에 묻혀 하은의 사정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밤까지 이어지는 여러 사람들, 그리고 몇몇 동물들(인간과 비인간 동물들의 관계는 이 영화의 아주 중요한 소재이기도 합니다)을 거친 이 모험은 세미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랑스러운 해피엔딩이죠.

하지만 앞에서 말했지만, 관객들은 이 이야기를 그대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수학여행 자체가 불길합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가 어디인지 밝혀지는 순간엔 더 그렇고요. 조현철은 구체적인 사건을 최대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 영화에 정교하게 역사의 무게를 심습니다. 그 결과는 영화는 일종의 귀기를 얻습니다. 예고편에서도 볼 수 있었던 그 뽀샤시한 화면도 영화가 끝날 무렵엔 전혀 달라 보이죠.

배우로 일할 때의 연줄 때문인지, 여기 저기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그 중 박정민은 이 영화에서도 신 스틸러이고요. 하지만 영화는 두 주연배우인 박혜수와 김시은의 연기와 케미스트리에 의해 지탱되고 있습니다. 연기 면에서 정말로 흠잡을 데가 없는 영화예요. 만약 문제가 있다면 연기 외의 것이겠죠. (23/10/25)

★★★☆

기타등등
박혜수는 이 영화에서도 노래를 부릅니다. 빅마마의 모 노래가 정말 뻔뻔스럽게 쓰여요. 그런데 검색해 보니 이 노래는 영화가 소재로 삼은 그 사건이 피해자 중 한 명이 좋아했던 곡이라고.


감독: 조현철, 배우: 박혜수, 김시은, 오우리, 박정민, 다른 제목: The Dream Songs

IMDb https://www.imdb.com/title/tt26757183/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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